우선 친윤계가 이번에 경선룰을 변경하면서 내세운 명분, 즉 “당의 주인이 당원이니 당원만으로 대표를 뽑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만약 정당이 당원들이 내는 당비만으로 지출을 100% 충족한다면 그 말이 맞다. 진짜 그렇다면 당이 경선룰을 어떻게 지지고 볶든 비당원은 참견할 자격이 없다.
한국 정당들 국고보조금 의존 커
비당원 지지층 발언권 보장해야
여당 경선, 여론조사 폐지는 퇴행
그렇다면 과연 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원들이 당의 주주인 건 맞지만, 원리상 일반 납세자들도 당에 대한 발언권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원이라고 해서 ‘공당(公黨)’을 배타적으로 점유할 권리는 없다. 차떼기 사건과 대통령 탄핵으로 엉망이 됐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2004년 3월 대표 경선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처음 도입한 것은 공당의 이미지를 복원하려는 몸부림이었다.
다만 A당 지지자가 B당에 대해서도 발언권이 있는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일단 비지지층은 접어두더라도, 당의 주인을 따질 때는 당원뿐 아니라 국고보조에 기여한 ‘비당원 지지층’도 걸맞은 대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국민의힘이 18년간 이어져 온 대표 경선 여론조사를 폐지한 것은 정치적 퇴행이라는 우려가 든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선 개입이 걱정됐다면 70% 대 30% 구조는 손대지 말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삽입하는 정도로만 끝냈으면 어땠을까.
친윤계는 당원이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없어도 민심을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쎄 과연 그럴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얻은 표는 총 1639만 표다. 이 중 수도권 표는 809만 표(49.4%)고 영남권 표는 538만 표(32.8%)다. 윤 후보 지지자 중 두 명 중 한 명이 수도권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원 구성은 지난 8월 현재 영남권이 약 40%이고 수도권이 37% 수준이라고 한다. 당원 구성이 일반 지지층(비당원)의 지역별 분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원들의 연령별ㆍ성별 분포도 일반 지지층과 꽤 다를 것이란 심증이 있다. 그동안 여론조사는 당원의 편중성을 다소나마 보정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그마저도 사라졌다.
민주당의 전례에서 드러나듯 일반 지지층보다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당의 노선이 완고해지고 중도층 확장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당원 100%로 뽑힌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권의 명운이 걸린 2024년 총선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낼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