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한파가 다시 몰려오고 있다. 내년 전기ㆍ가스요금을 시작으로 버스ㆍ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요금까지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신선식품 물가도 불안하다. 한파ㆍ폭설에 이어 설 대목까지 다가오고 있어서다. 정부는 내년 1월 물가 충격을 예고했다.
올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1월 5%까지 내려왔다. L당 2000원을 넘나들었던 휘발유ㆍ경윳값이 1500~1700원대로 하락한 데다,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 현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현상) 영향도 컸다. 이렇게 잦아드는 듯했던 물가 상승률이 내년 초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변수는 공공요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내년 1분기(1~3월) 적용하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곧 발표한다. 산업부는 30조원대 한전 적자를 해소하려면 내년 전기요금을 적어도 ㎾h(킬로와트시)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 ㎾h당 19.3원의 3배에 육박한다.
농산물 물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배추ㆍ무ㆍ한우 등 농축산물 가격은 공급량 증가 덕에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폭풍 전야’다. 이달 중순 이후 한파와 폭설이 주요 농산지를 덮친 데다 설 대목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 채소가 특히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정보 12월호’에서 내년 1월 배추와 무 출하량은 평년(5년 평균) 대비 1.4%, 4.5% 각각 감소하겠다고 내다봤다.
한풀 꺾인 유가 역시 안심하기 이르다. 원유 수입 제한, 가격 상한제로 대표되는 대(對) 러시아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규모 감산 등 돌발 변수가 남아 있어서다. 기재부가 현행 37%인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한 것도 석유류 가격 상승 요인이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요금과 내년 3월 임금 협상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장 교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지난해 공공요금 인상을 정부가 상당 부분 막아왔는데 한국전력ㆍ가스공사 부채 때문에 이젠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내년 3월 임금 협상도 물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변수”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