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불호령’이었다. 통계청은 브리핑 전날 보도 설명자료에서 “가계동향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가구가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구당 소득·지출을 파악해 각종 경제·사회정책을 만드는 데 쓰는 국가 핵심 통계 중 하나다. 통계청이 과태료란 ‘채찍’으로 조사 응답률을 높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자가 브리핑 배경과 관련해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고 질의하자 강 청장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점은 브리핑하러 오면서 알았다”며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스스로) 왔다”고 부인했다. 당시 브리핑 내용을 정리한 기자 수첩엔 유독 ‘상기된 얼굴로’ ‘땀을 닦으며’란 표현이 눈에 띈다.
강 전 청장의 행보는 예정된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임자인 황수경 전 통계청장(2017년 7월~2018년 8월)은 가계동향조사 통계와 관련해 정부와 갈등을 겪다 1년 2개월 만에 경질된 뒤 “제가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32년 동안 18번 바뀐 통계청장은 정권과 가까운 공무원이나 학자가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청장을 임명하고, 수시로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통계청은 독립성·중립성 논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통계청을 흔든다는 지적은 브리핑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계동향조사 표본을 개편하고,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분류를 흔들고, 집값 급등 시기 유독 정부가 발표한 집값 상승률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상승률과 차이가 크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다. 감사원이 전 정부의 통계 조작·왜곡 정황을 조사하고 나섰다. 그날 서둘러 잡혔던 긴급 브리핑이 눈에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