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그간 수차례에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무력 도발을 벌여왔지만, 우리 군이 ‘상호 파기’에 해당하는 수준의 맞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군사 분야의 합의 사항을 담고 있다. 상호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남북의 상호 의지가 합의서로 구체화한 건데, 특히 1조3항에는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을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동부지역 15㎞, 서부 지역 10㎞”로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7시간에 걸쳐 대한민국 영공을 휘젓고 다니던 5대의 무인기 1대는 북측으로 복귀했고, 4대는 우리 군의 탐지 레이더에서 사라지며 자취를 감췄다.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인 동시에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상대방 군사 통제 아래 있는 지역과 인접한 해면의 상공을 존중한다'는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 10월 13일 군사활동을 금지하는 해상 완충구역에 5차례에 걸쳐 총 560여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등 10월에만 네 차례에 걸쳐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력 도발에 나섰다.
북한의 계속된 합의 위반에 2018년 남북 정상이 뜻을 모은 ‘평화의 의지’는 이미 형해화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가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문화된지 오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9·19 군사합의를 유지하는 건 남북 화해 무드를 향한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여겨졌고, 나아가 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괜한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항공당국은 이날 오후 합동참모본부의 요청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약 1시간 안팎으로 항공기 이륙을 중단했고, 해양경찰은 이날 오후 인천 앞바다에서 어선과 여객선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 조치했다. 이날 무인기 영공 침범은 무력 도발의 수준을 넘어 사실상의 침략 행위에 해당하는 여파를 미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총장은 “무인기를 활용한 영공 침범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판단된다”며 “북한 무인기의 등장으로 인한 우리 측의 비행 중단 사례는 최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