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55)는 카드사에서 오는 문자가 제일 두렵다. 이달 들어 카드론 한도가 0원으로 줄었다는 문자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그는 “자영업을 하다 보니 수입이 일정치 않아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쉽지 않다. 종종 카드론으로 급한 돈을 막고는 했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카드론뿐만이 아니다. 12월 들어 몇몇 카드사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이용 한도까지 크게 축소하고 있다. 한 온라인 재테크 카페엔 “B카드사가 이달 30일부터 무려 신용카드 사용 한도의 반을 삭감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C카드사에서 총 한도 1080만원을 350만원으로 깎았다. 연체를 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깎느냐”는 등 불만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서민의 급전 창구이자 가장 쉽게 이용하는 금융서비스인 카드사의 문턱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은 치솟고 연체 위험도 커지자 카드사들이 영업을 축소하며 관리에 나선 영향이다.
카드론 한도 축소 나선 업계, 지난달 올해 최대폭 감소
업계에선 카드론 잔액이 이달 들어 크게 준 건 각 카드사가 한도 축소에 나선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이 줄어든 건 올해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된 영향도 있겠으나, 11월에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업권에서 한도를 본격적으로 줄이기 시작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카드업계 재무담당자는 “이미 다중채무자 중 연체 위험이 있는 사용자들의 카드론부터 차차 한도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관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달 만에 카드론 금리 연 13%→19%" 평균금리도 14% 돌파
우려되는 건 카드사의 높아진 문턱이 신용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개 카드 대출로 폭탄 돌리기를 하던 사람들이 한도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결국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신용위기”라고 우려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자영업자나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안그래도 취약한 이들 가계경제가 받을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카드 이용 한도 깎이고, 6개월 무이자할부는 실종
신용카드 이용 한도 역시 줄고 있다. 최근 재테크 카페에는 12월 들어 카드 한도 하향 메시지를 받은 고객의 불만 글이 증가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보수적으로 영업 계획을 세운 만큼 한도 하향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의 영업 축소는 안 그래도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민간 소비에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 서지용 교수는 “카드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화된 결제 수단인 만큼 무이자 할부 축소나 한도 축소는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