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안 보인다" 비명…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 8억 떨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2.12.22 17:20

수정 2022.12.2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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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거래 절벽 속에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22일 역대 최대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뉴스1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2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이모 대표는 “집값이 더 빠질 것이란 기대 때문인지 매수세가 끊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의 중개업소 인근 ‘꿈의숲코오롱하늘채’ 전용면적 84㎡는 이달 중순 8억7000만원(20층)에 팔렸다. 지난 10월 거래가격(9억4000만원)보다 7000만원 하락했고, 지난해 8월 최고가(13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5억원 가까이 내린 금액이다. 
 
금리 인상 기조와 거래 절벽 속에 집값이 속절없이 내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 역대 최대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9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73% 하락했다. 2012년 5월 통계 집계 이후 최대 낙폭으로, 8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 기록을 경신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급급매 물건만 간헐적으로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수도권 아파트값이 0.91% 내린 가운데 서울도 전주 ‘0.65% 하락’에서 ‘0.72% 하락’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30주 연속 하락세로, 7주 연속 최대 하락 폭을 갈아치웠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1.34%)와 도봉구(-1.26%), 성북구(-1.03%), 강북구(-0.96%), 동대문구(-0.93%)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강남 3구에선 송파구가 0.75% 내렸고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44%, 0.27% 하락했다. 개별 단지를 보면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가 이달 초 24억1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최고가(32억원)보다 8억원 가까이 내렸다. 지난해 10월 15억3000만원에 팔린 동대문구 답십리동 힐스테이트청계 전용 84㎡는 최근 11억원(18층)에 계약됐다. 


경기도(-0.96%)와 인천(-1.12%) 역시 전주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렸지만, 집값 내림세는 더 가팔라지는 형국이다. 양주시(-1.92%)와 의정부시(-1.76%), 성남 수정구(-1.44%), 광명시(-1.4%) 등이 1% 넘게 급락했다. 세종시(-1.52%)를 비롯한 지방 아파트값은 0.55% 떨어졌다. 
 
전세 시장 침체도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전세 물량만 계속 쌓이고, 전셋값은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9% 내렸고,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1.21%, 0.61% 하락했다. 지난주 1.08% 떨어졌던 서울은 이번 주 1.13% 내렸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서둘러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내년 초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남아 있는 규제지역 일부를 추가로 해제하고,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할 예정이다. 8~12%인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세율도 절반(4~6%)으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