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베트남 감독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박 감독이 20일 개막한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에서 마지막 우승 도전에 나선다. 스즈키컵에서 명칭이 바뀐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린다. AFF 소속 10개국이 출전해 5개국씩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홈&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는 결승전은 내년 1월 13일과 16일에 열린다.
미쓰비시컵은 박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2018년 이 대회에서 베트남에 10년 만의 우승을 선사하며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미쓰비치컵은 2년 주기로 열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년 늦게 열린 지난해 대회에선 4강전에서 라이벌 태국에 패해 2연패를 놓쳤다. 올해 대회는 박 감독에게 고별의 무대이자 설욕의 무대다.
박항서 감독은 때로는 아빠처럼, 때로는 큰형처럼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파파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베트남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흠집 내기에 나설 땐 “비판은 나에게 하라. 우리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며 제자들을 감쌌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후 한국인 지도자가 동남아시아 무대로 잇따라 진출했다. 미쓰비시컵에 참가하는 10개국 중 한국인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신태용), 말레이시아(김판곤) 등 3개국이다. 일본이 자금력을 앞세워 장악한 동남아시아 축구 시장에 ‘박항서발 한류’가 뿌리내리는 중이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난 5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비전을 그리는 과정에서 베트남축구협회(VFF)와 갈등도 있었다. 박 감독은 “제2의 기회를 준 베트남을 위해 유소년 선수 육성에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B조에서 말레이시아·싱가포르·미얀마·라오스와 경쟁한다. 결국 A조에 속한 태국과 우승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와 벌이는 한국인 지도자 대결도 눈길을 끈다. 베트남은 21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각) 라오스와 B조 1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