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으로 제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2년여간 법조계를 구석구석 흔든 ‘제보자 X’ 지모씨의 말이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검사의 재판에 출석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옥곤)가 19일 연 공판에 나온 지씨는 건강상 이유로 증인 신문을 두 기일에 나눠서 할 것을 요청했다. 앞선 증인 신문이 길어져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가량 늦어지자 “하루 만에 소화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요청한 것이다. 지씨는 “장시간 답변하다가 잘못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서 꼬투리를 잡아 위증죄를 물으며 대응할 것”이라며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두 기일에 나눠서 증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오는 3월에 새로 기일을 잡기로 했다.
‘제보자 X’ 폭로, 고발사주·검언유착 의혹 낳아
이 사건에 등장하는 고발장에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도 담겨있다. 지씨가 지난 2020년 총선 직전 최초로 제보한 이른바 ‘채널A 사건’이다. 지씨는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2020년 2~3월경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검언유착’ 꼬리표가 붙었다.
지씨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했지만 두 사람은 사실 거의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지씨와 이 전 기자 사이 만남의 내용이 제대로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되지도 않은 점도 언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기자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 전 대표가 자신의 변호인 A씨와 상의했고, A씨가 과거 자신이 사기미수죄로 변호해 무죄를 받은 지씨를 이 전 기자와의 만남에 내보내 보자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당시 검찰 관계자와의 녹취록을 요구하는 지씨의 요청에 따라 이 전 기자가 급히 녹취록을 만들었고, 지씨가 마치 이 전 대표와 상의한 것처럼 굴거나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 제공 장부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지씨와 직접 얘기한 적이 없고,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4월 한 장관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후 이 전 기자는 “지씨와 일부 세력에 의한 공작으로 ‘검언유착’ 의혹이 유도되고 왜곡됐다”며 이른바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채널A 사건 수사…독직폭행, ‘尹 찍어내기’사건 파생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 장관을 수사하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찍어내기 감찰’을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20년 10월 한 장관을 감찰한다는 명목으로 확보한 통화 내용 등을 당시 윤 총장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다 전달하는 데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당시 법무부 감찰 결과 윤 대통령은 채널A 사건 감찰을 방해했다는 사유 등으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