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달 초 작고한 노옥희 울산광역시교육감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공교육 과정에 도입했다. 2020년 울산의 한 초등교사가 1학년 학생에게 속옷 빨래를 과제로 내고, 과제 인증 사진에 성희롱 댓글을 단 사건이 도입 계기가 됐다. 울산의 포괄적 성교육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노 교육감은 학부모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올해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엔 포괄적 성교육 커리큘럼이 반영된 책 『배정원 교수의 십 대를 위한 자존감 성교육』도 출간됐다. 사춘기 신체에 대한 변화나 임신·피임뿐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법, 이별하는 법, 성평등과 성소수자, 또래 압력이나 성폭력에 맞서 자신을 존중하는 법까지 두루 담겼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제대로 된 성교육은 결국 인권·자존감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성에 대해 잘 알면 타인과 관계를 잘 맺으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국제적 흐름과는 반대로 갈 모양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최근 ‘성평등’과 ‘성소수자’ ‘섹슈얼리티’ 용어가 삭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통과시켰다.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이 다른 소수자들을 배제한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내년부터 청년(18~25세) 콘돔 무료”라 선언하진 않더라도, 아이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은 받도록 해주는 게 국가의 책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