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파월 의장은 올해 내내 강조해온 ‘연 2%(전년 대비)’ 물가 목표를 재차 꺼내 들었다. 왜 1%도 3%도 아닌 2%를 고집하는 걸까. 고강도 통화 긴축 대신 3% 혹은 4%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안 되는 걸까.
처음 2%라는 목표치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건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재임하던 2012년 1월 발표된 ‘장기 목표 및 정책 전략에 대한 FOMC 성명’을 통해서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2%라는 목표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ed는 물가를 들여다볼 때 대중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개인소비지출(PCE), 특히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추이를 가장 중시한다. PCE는 품목 범위가 CPI보다 넓고, 품목 비중도 2년마다 조정하는 CPI와 달리 분기마다 업데이트해 소비 패턴을 기민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뉴욕 월스트리트 일각에선 물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0년 전 설정한 목표에 집착하다간 오히려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자가인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포춘지에 “2%는 일종의 임의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2%로 가면 쉽게 마이너스(-) 2%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없고 상품은 너무 많은 디플레이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 퀸스 칼리지 총장도 최근 “내년 말 근원 PCE는 (Fed의 기대와 달리) 2~3%대로 떨어지지 않고 4% 이상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공급망 유동성, 에너지 전환, 자원 재분배, 그리고 2010년대에 경험한 저성장 등을 고려하면 목표를 3~4%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탈 CEO도 “Fed가 2%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자리를 파괴하는 경기 침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 기고문을 통해 “(2%보다) 높은 목표는 가계와 기업이 투자 및 지출 결정을 할 때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골대를 옮기는 것은 ‘실패’로 해석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목표치 상향은) 위험한 개념”이라며 “주요 중앙은행이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공통적으로 2%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도 제약 사항이다. 채현기 연구원은 “남미 등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2%를 목표로 통화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며 “Fed가 홀로 목표치를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