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만든 북극 한파 고속도로…크리스마스 앞두고 또 덮친다

중앙일보

입력 2022.12.19 17:13

수정 2022.12.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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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로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경기 화성시 매향2리 어촌계포구 인근이 꽁꽁 얼어 배가 묶여 있다. 뉴스1

강력한 북극 한파가 한국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을 덮치면서 북반구 국가들이 극심한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한국과 미국 등 북반구 곳곳에 또 한 차례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 기온은 -12도까지 떨어졌다. 강원도 철원은 아침 최저기온이 -19.7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대부분이 -10도 이하의 극심한 한파를 겪었다. 앞서 18일에도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12.4도까지 내려가는 등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여기에 서해안과 제주 지역에는 30㎝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일부터는 기온이 차츰 올라 21일 서울의 기온이 영상권에 머무는 등 추위가 잠시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온이 크게 하락하면서 강력한 한파가 또다시 찾아올 전망이다. 23일 서울의 기온은 -14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극 한파가 북반구 덮친 이유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여성이 폭설이 쏟아진 길 위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강력한 한파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을철에 이상 고온을 유지했던 유럽은 이달 들어 기온이 급락하면서 폭설과 한파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12년 만에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아쳤고, 윌트셔주의 동물원에서는 레드 판다 두 마리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숨을 거뒀다.


미국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남부 지역까지 북극 한파가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기상특보를 통해 “미시시피주 남부와 루이지애나주 남동부에 다가오는 북극 전선은 극심하고 장기적인 추위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가장 따뜻한 남부 플로리다주 역시 일부 지역의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지면서 30여 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으로 예고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렇게 북반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한파가 덮친 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쪽의 한기(寒氣)가 동아시아와 북미 대륙 등 남쪽 곳곳으로 쏟아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제트기류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것을 북극진동이라고 부르는데, 12월 초부터 강한 음의 진동을 보이고 있다.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면 제트기류가 강하고 음수(-)면 약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반도의 경우 주변에 강력한 고기압능이 형성되면서 동서로 공기 흐름이 막히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우랄 산맥 부근에서 기압능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북극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는 고속도로가 뚫렸고, 태평양 쪽에도 벽처럼 기압능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한파가 지속될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워진 북극이 극심한 한파 부른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역설적이게도 한파는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북극의 온난화는 지구 온난화 속도보다 4배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북극의 기온은 20세기 이후 6번째로 높았다. 문제는 북극이 뜨거워질수록 찬 공기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의 세력이 점점 더 약해져 북극 한파의 길을 남쪽으로 열어준다는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 북극의 찬 공기를 감싸는 제트기류의 회전이 느려지면서 쓰러지기 직전의 팽이처럼 출렁거리고, 이 틈을 비집고 찬 공기가 우리가 사는 중위도 지역으로 침투하게 된다”며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엄청 추워지는 등 겨울 내에서도 기온의 변동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