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퍼지며 25년 전 외환위기의 불안감이 되살아났다. 2021년 1월 미 달러당 1080원대에 머물렀던 환율은 지난 9월 연준이 올 들어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직후부터 미친 듯 치솟기 시작하더니 지난 10월 25일 1444.20원까지 급등했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뚫고 1800~2000원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퍼펙트 스톰이 온다는 공포감이 퍼졌다.
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그런 긴박감은 사라졌다. 연준은 올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이어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미 기준금리는 4.25~4.5%로 올랐다. 2007년 이후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 15,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올라 13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레고랜드발 충격을 받았던 자금시장에서도 급격히 치솟던 시중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한동안 R(recession·경기후퇴)의 공포에 직면하면서다. 특히 한국은 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은 물론 내수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2%대에 그치는 한국의 성장률이 내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민생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영끌’과 ‘빚투’에 나섰던 MZ세대는 상상 이상으로 깊은 내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며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다. 마치 1980년대 말 일본에서 뒤늦게 주택 매수에 뛰어들었던 젊은 층이 버블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 2022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저금리의 역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월 300만~400만원의 수입 중 절반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내던 젊은 주택 구매자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월급 전체를 채무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금리 상승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미 소비자물가가 지난 6월 9.1%를 찍은 뒤 5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치(2%)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연준이 내년 중 기준금리 상단을 5.2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현재 3.25%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에 이른다. 가계부채발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고 있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kim.d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