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는 상장 주관사가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능력을 주식 배정 전 확인ㆍ평가하는 게 제도화된다. 허수성 청약을 한 기관투자자에게는 주관사가 배정물량을 대폭 축소하고,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상장 주관사에 금감원이 업무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된다.
공모주 가격제한폭도 대폭 확대
수요예측 때 공모가를 기재하지 않은 기관투자자에겐 공모주 미배정 등 불이익이 가해진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수요예측 내실화를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사전 투자수요 조사도 허용하고 수요 예측 기간도 종전 2일에서 7일가량으로 확대한다.
공모주 주가 급등락 문제도 개선된다. 공모주 상장 이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이 나타나는 등 상장 직후 매매가 중단될 정도로 주가가 급등하다가, 이후 폭락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을 현행 공모가 기준 63~260%에서 60∼400%로 확대할 방침이다. 공모가 1만 원짜리 주식이라면 상장 첫날 최고 가격이 2만6000원이었는데, 앞으로 4만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금융당국은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을 대폭 확대해 일시적으로 투자 심리가 과열되는 현상을 막고, 소수 투자자의 투기적 베팅으로 쉽게 가격 변동 폭 상한에 도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가격 변동폭 확대가 상장 당일 가격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면 종전 체계 하에서도 상장 당일 소위 따상, 상장 익일 따상상(따상 후 상한가 기록)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익일보다 상장 당일 균형가격에 조기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밖에 의무보유기간 종료 후 일시에 공모주 매도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주관사가 의무보유 확약 기간별로 물량을 차등배정하기로 했다. 내년 중 ‘IPO 단기차익거래 추적시스템’을 구축해 의무보유 미확약 기관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공모주 물량 배정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개선안이 IPO 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며 올해 들어 IPO를 철회한 기업만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등 13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청약 수요 감소 등으로 IPO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IPO 시장에 대한 열기가 다소 줄어든 현 시점에서야 말로 시장 관행을 꼼꼼히 개선할 수 있는 적기”라며 “해당 방안으로 수요가 감소한 예비공모기업이 있다면, 실제 기업가치 대비 고평가된 기업이 아닌지 공모가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