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전시, 정말 ‘선전’하네…글로벌 투자액 375조 원 돌파

중앙일보

입력 2022.1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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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텐센트의 요람, 중국 하이테크 산업 발전의 선두주자 광둥성 선전(深圳) 시가 최근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6일 ‘2022 선전(深圳) 글로벌 투자 진흥 콘퍼런스’에선 12개의 지역 투자 진흥 회의와 다수의 해외 세션 및 산업 투자 진흥 활동 등이 열렸다. 아마존·인텔·머스크(Maersk)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이 총 315개 프로젝트를 체결했으며, 투자 의향을 밝힌 규모만 총 8천 790억 위안(약 164조 7천 949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선전 글로벌 투자 진흥 콘퍼런스를 통해 체결된 프로젝트는 600개다. 투자 의향 규모만 현재까지 2조 위안(374조 9천 600억원)을 돌파했다. 선전시는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졌기에 외국 기업이 이토록 선전을 주목할까.

[사진 셔터스톡]

‘산업 업그레이드+정부 지원’으로 기회 만든 선전

중국에는 선전속도(深圳速度)라는 말이 있다. 하이테크 산업 분야의 견고한 클러스터로 빠른 속도의 기술 혁신을 이뤄내기에 붙은 말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기술 창업을 위해 선전에 모여들었고, 제기된 수많은 아이디어가 구체화됐다. 선전시 전체적으로 하루에 1500여 건에 달하는 창업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부분이 하이테크 산업과 관련된 기술 창업이다.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루어졌으며 선배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선전시 기술 자금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선전 출신 기업의 신에너지 차와 스마트 커넥티드 카(ICV) 산업단지 및 산업망은 이미 중국 전역으로 확장됐고 제품 역시 글로벌 시장의 인기 상품이 됐다.

?비야디의 전기버스 K9 렌더링 이미지 [출처 BYD(비야디)]

10여 년 전 비야디(BYD)의 첫 순수 전기버스가 선전 도로 위를 달렸다. 대기오염으로 신음하던 선전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규모화 및 상업화 운영을 시작했다. 비야디의 전기 버스 모델 중 대표적인 K9 모델은 약 2시간 동안의 충전으로 410km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 시속은 75km에 달하며 배터리의 내구성 역시 높은 편이다.
 
현재 중국 선전시의 모든 버스뿐만 아니라 택시까지 전부 전기차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대중교통을 이루는 차종의 제조사의 80% 이상이 비야디다. 비야디의 기술 공급과 동시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전기 버스나 택시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원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 내 약 4만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했다. 이처럼 비야디의 혁신 기술 공급으로 선전시는 세계 최초로 전기 동력에 기반을 둔 대중교통 서비스 체계를 확립하게 되었다.
 
비야디는 지난 9월 선전에 전기차 공장 증설을 위해 29억 달러를 투자했다. 규모는 379만 ㎡로,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비야디의 선례처럼 선전에서 일어난 기술혁신 활동은 개인과 기업, 지역에 다양한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선전은 산업 업그레이드를 통해 혁신형 산업 클러스터와 산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고품질 발전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및 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비야디의 전기차 E6 모델. [출처 BYD(비야디)]

스위스 기술기업 ABB의 E-모빌리티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망을 구축하고 있다. ABB E-모빌리티는 중국을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 중 하나로 꼽으며 고출력 충전 솔루션에 대한 사용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전시의 지원사격을 받는 전략형 신흥산업 클러스터와 미래 산업은 다수다. 특히 스마트 커넥티드 카의 경우 올 1~3분기 44.5%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뒤이어 신소재가 22.6%, 첨단 의료기기가 14.1%, 해양경제가 10.1%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500대 기업 中 선전에 ‘러브콜’

외국 기업도 선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173개 국가(지역)의 500대 글로벌 기업 가운데 선전에 투자한 기업이 360개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머스크(Maersk)는 글로벌 1위 해운사이자 글로벌 500기업 중 하나다. 머스크는 1993년 선전에 첫 대표처를 설립해 옌톈항 국제컨테이너부두에서 개항했다. 2021년까지 선전항에서 36개 국제 컨테이너 항로를 운영하고 있다. 머스크의 중화권 공급망 관리 업무 가운데 선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몰러 머스크(Moller-Maersk) 관계자는 “머스크는 선전의 개발 전략 노선과 매우 비슷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머스크는 선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늘려 옌톈(鹽田)종합보세구에 종합물류센터를 건설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사진 셔터스톡]

이번 ‘2022 선전(深圳) 글로벌 투자 진흥 콘퍼런스’에서 체결된 외자 프로젝트는 차세대 전자정보, 선진 제조업, 바이오 의약·헬스, 녹색·저탄소 산업, 해양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선전의 해외직접투자(FDI·실제 투자 기준)는 91억 7천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장페이멍(張非夢) 선전시 상무국 국장은 선전이 외국인 투자자 보호와 서비스를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며 정책 홍보 및 투자 촉진 행사 등을 개최해 깊이 있고 실속 있는 투자 협력을 추진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끝없는 인재 유입…선전시 매력 뭐길래?

선전은 개혁개방 1번지다. 외국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며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이러한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는 자연스레 많은 인구를 유입시켰다. 또 화웨이(华为), 텐센트(腾讯) 등 굴지의 IT기업이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어 유수의 젊은 인재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선전은 인재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규모 인재 유치 정책인 천인계획(千人計劃) 등을 실시하고, 창업 자금 및 초기 정착금 지원 등을 통해 외부의 우수 인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 관내에 취업하는 핵심 인재에게 최대 500만 위안(약 10억 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파격적 지원금을 내걸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나섰다.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매년 최대 1000만 위안(약 20억 원),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의 공장 설립에 30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 선전의 텐센트 본사 [AFP=연합뉴스]

선전시는 지난달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과학자 옌닝(顏寧)이 귀국해 선전의학과학원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선전의 신규 전직(全職) 원사는 12명으로 총 86명의 원사를 보유하게 됐다. 선전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도 8천384명 늘었다. 이로써 선전 유학생은 누적 19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선전으로 본사를 옮긴 중국 전자정보산업그룹도 선전의 인재풀을 높이 평가했다. 회사 측은 올해 전 세계 학교 대상 약 1만 1천 명을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13만 개에 가까운 원서가 접수됐다. 특히 고급인재 지원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