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울산행? 이색 일몰 보고 가자미도 맛봐야지

중앙일보

입력 2022.12.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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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상징은 십리대숲이다. 약 70만 그루 대나무가 약 10리(4㎞)에 걸쳐 숲을 이루고 있다. 한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숲을 산책하는 사람이 많다. 해 진 뒤에는 LED 조명이 은은한 ‘은하수길’을 걸으면 좋다. 최승표 기자

어느덧 세밑이다. 이맘때면 누구나 묵은해 보내고 새해 맞는 의식을 치르고 싶어진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뜨는 풍경을 보면서 말이다.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간절곶에 해마다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울산은 해맞이가 아니어도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의외로 멋진 해넘이가 가능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굳이 서해와 동해를 넘나들 필요가 없다. 가자미를 비롯한 제철 해산물도 잔뜩 맛이 올랐다. 겨울에 더욱 싱그러운 태화강 대숲도 빠뜨릴 수 없다.
 
3년 만에 열리는 축제
 

지난해 대왕암공원에 들어선 출렁다리. 최승표 기자, [사진 울산 남구]

울산에서는 어느 바다에서든 일출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분 1초라도 빨리 해를 보고 싶은 사람, 새해 소원이 간절한 사람은 간절곶으로 간다. 포항 호미곶에서 해가 먼저 뜨는 계절도 있는데, 해 기울기에 따라 1월 1일에는 간절곶이 먼저 새해를 맞는다. 이태원 참사 영향으로 해맞이 축제를 포기한 지역도 있지만, 간절곶 해맞이 축제는 예정대로 열린다. 울산시는 경사로 출입 차단, 밀집 인원 분산 등 대책을 세워 안전한 축제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대왕암도 빼놓을 수 없는 일출 명소다. 신라 문무대왕의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로, 여기서도 새해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해는 간절곶에서 먼저 뜨지만, 바위 사이로 해가 솟는 대왕암 일출이 그림은 더 멋지다. 대왕암공원 한편에는 지난해 7월 개장한 출렁다리가 있다. 돌출 지형인 ‘햇개비’와 ‘수루방’ 사이를 연결하는 303m 길이 다리가 아찔하다.


장생포문화창고에서 본 낙조. 석유화학단지로 해가 떨어진다. 최승표 기자, [사진 울산 남구]

해맞이만 보고 오긴 아쉽다. 울산에는 의외로 멋진 해넘이 명소도 많다. 염포산 자락 울산대교 전망대가 대표적이다. 바다와 태화강, 울산 시내와 공단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개장한 ‘장생포문화창고’도 추천한다. 수산물을 저장하던 냉동창고였는데 울산 남구가 사들여 문화시설로 탈바꿈했다. 6층에 SK그룹이 운영하는 북 카페 ‘지관서가’가 있다. 카페 창으로 대규모 석유화학공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굴뚝에서 연기가 솟구치는 공단이 낙조에 물든 모습이 이채롭다.
 
방어잡이 번성했던 항구
 

방어진과 방파제로 연결된 슬도. 한 자리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작은 바위 섬이다. 최승표 기자, [사진 울산 남구]

해맞이든 해넘이든,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나면 허기가 돈다. 아무거나 먹을 순 없다. 바다가 맛있는 겨울이니 제철 해산물을 맛봐야 할 테다. 울산 최대의 어항 방어진항으로 가보자. 지금은 한자로 방어진(方魚津)이라 쓰는데, 조선 시대에는 방어(魴魚)가 많이 잡힌다 해서 방어진(魴魚津)이라 했다.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에도 방어진(魴魚津)이란 표기가 나온다.
 

용가자미찌개. 가자미는 지금이 가장 맛있다. 최승표 기자, [사진 울산 남구]

지금은 방어 어획량이 많지 않다. 대신 용가자미가 주인 행세를 한다. 용가자미는 흔히 ‘참가자미’라 부르는 어종의 정식 명칭이다. 전국 용가자미 어획량의 60~70%를 방어진이 책임진다. 울산수협 박용수 소장은 “용가자미는 연중 잡히는 생선이지만 가자미는 지금이 가장 기름지고 맛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6시 수협 위판장에 가보니 가자미뿐 아니라 대구·꼼치·아귀 등 온갖 생선이 있었다. 경매 현장을 구경하고 ‘어업인식당’에서 아침에 잡은 가자미로 끓인 찌개를 먹었다. 보들보들한 살과 고소한 알 맛이 일품이었다.
 
방어진 마을 여행도 흥미롭다. 적산가옥을 개조한 방어진박물관에서는 번성했던 방어진의 역사를 볼 수 있다. 공동어시장에서 할머니들이 말린 생선을 사거나, 활어센터에서 펄떡이는 방어·오징어·광어를 사 먹어도 좋겠다. 방어진과 방파제로 연결된 ‘슬도’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이색 섬이다. 등대 앞에 서면 동쪽으로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저녁에는 시내 방향으로 넘어가는 해가 잘 보인다.
 
10만 마리 떼까마귀의 거처
 

해 질 녘, 태화강에서 볼 수 있는 10만 마리 떼까마귀 군무. 최승표 기자, [사진 울산 남구]

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숲을 만나고 싶다면 2019년 7월 제2호 국가정원으로 등극한 태화강으로 가보자. 태화강이 국가정원이 된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 2000년 1만 마리가 넘는 숭어가 집단 폐사했다. 태화강국가정원 김경숙 생태해설사는 “당시 급격히 인구가 늘면서 처리 안 된 생활 하수가 태화강에 스며들었다”며 “이후 본격적인 생태 회복 작업을 벌였고 지금은 900여 종 동식물의 낙원이 됐다. 요즘은 연어도 올라온다”고 말했다.
 
태화강의 상징은 십리대숲이다. 10리, 말 그대로 약 4㎞에 이르는 대나무 군락이 강을 따라 형성돼 있다. 방문객 대부분은 ‘태화지구’를 찾는다. 대나무 생태정원, 대나무 테마정원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다. 일몰 시각부터 오후 11시까지 LED 조명이 대숲을 비추는 ‘은하수길’도 인기다. 은하수다리를 건너 '삼호지구'도 가봤다. 숲속정원, 보라정원 등이 한적해 산책하기 좋았고 대숲도 태화지구보다 자연미가 느껴졌다.
 

세밑 울산 나들이

태화강에서는 해 질 녘 떼까마귀 군무가 펼쳐진다. 시베리아와 몽골에서 여름을 난 새 떼가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태화강에서 월동한다. 낮에는 주변 농경지로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고 저녁에 태화강 대숲으로 돌아온다. 10만 마리 까마귀가 잠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야말로 울산에서 본 가장 색다른 해넘이 풍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