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1792.3달러)보다 1.9% 오른 온스당 182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3월 8일 연고점인 204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달러 강세에 11월 초 1630달러까지 밀려났다.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금값이 최근 한 달여 만에 약 12% 뛴 것이다.
최근 금 시장이 다시 들썩인 데는수퍼달러가 주춤한 영향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13일(현지시간) 104.02를 나타냈다. 110선을 뚫었던 지난달 초와 견줘 5% 넘게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금값은 미국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역(逆)의 관계를 갖는다. 특히 금리가 인상될 때 금은 이자가 없는 만큼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3~14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강세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 둔화 소식이 더해지면서 긴축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금값 하락을 압박했던 Fed의 고강도 긴축과 달러 강세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며 “금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면서 금값은 내년 19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자극한다. 시장에선 지난 3분기 금값이 쌀 때 각국 중앙은행이 ‘금 사재기’에 나선 원인 중 하나로 경기침체에 대한 대비를 꼽는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은 올해 3분기에만 400t에 이르는 금을 사들였다. 매입 규모로는 1967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골드바 등 현물을 구입하거나 금융사를 통해 금 펀드나 금 통장(골드뱅킹)을 만들 수 있다. 골드뱅킹은 은행계좌에 돈을 넣으면 금 시세와 달러당 원화가치(환율)에 따라 예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금 펀드는 각국 증시에 상장된 금광업체 등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12개 금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83%다.
다만 골드뱅킹과 금 펀드는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15.4%)가 붙는다. 세 부담을 낮추려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 금시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식시장처럼 금을 1g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데다 이익을 내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양도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분간 금 투자가 채권이나 정기예금을 대체하긴 어렵다 의견도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했을 뿐 인상 기조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규 하나은행 도곡PB센터 부장은 “기준금리가 인상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한 푼이라도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정기예금이 수익 면에서 유리하다”며 “고액자산가들은 여전히 여유자금을 4~5%대 정기예금 통장에 쪼개 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