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 시, 기준치보다 초과된 배출량에 대해 수입업자가 비용을 더 내야 하는 제도다. 사실상 추가 관세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자국 기업이 손해 보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안이다. EU 내 기업들은 200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ETS)에 따라 탄소를 기준치 이상 배출할 시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내고 있다. 때문에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리는 문제가 있었다. 산업 자체가 아예 외국으로 ‘탈출’할 가능성도 컸다.
탄소국경세 논의가 싹 튼 건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던 지난 2019년이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돼, 이번 합의로 EU가 먼저 그 닻을 올렸다. 미국에서도 같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 상원은 지난 6월 석유화학 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탄소배출량에 따라 돈을 내게 하는 ‘청정경쟁법안(CCA)’을 발의했다. ‘미국판 탄소국경세’인 셈이다. 앞서 지난 7일 미국이 EU에 중국산 ‘더러운 철강(Dirty steel)’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U에서 탈퇴한 영국 역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중국ㆍ인도ㆍ튀르키예 타격...“무역전쟁 시발점” 우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국가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호주가 꼽힌다. 화석 연료 소비가 많고 수출 중심의 중공업이 중심인 국가라서다. 가디언은 “이들 국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항의해 이 문제를 법적 논쟁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며 “똑같이 관세로 보복해 세계 무역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 역시 크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할 방법은 실질적으로 이것뿐”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만약 미국과 유럽이 탄소국경세로 연합해 중국을 압박할 경우 무역전쟁은 더욱 광범위해진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역시 CBAM의 타격을 크게 받을 국가로 분류됐지만, 전쟁 이후 훨씬 더 엄격한 제재로 묶여있어 현재로썬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측정할 방법 역시 논란이다.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 즉 ‘간접 배출’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 역시 측정 방법이 어렵다.
한국, 대유럽 철강 수출국 5위...타격 피할 수 없어
정부는 이달 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EU와의 협의 방안과 국내 대응 방향 등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EU로의 수출 규모는 철강이 43억 달러로 가장 크고, 알루미늄 5억 달러, 비료 480만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등이다.
EU는 16~17일께 탄소국경세 부과 기준이 될 ETS 개편안과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을 확정한단 예정이다. 2023년 10월부터 수출 대상 기업에 보고 의무가 생기지만, 준비 기간에 당장 관세가 부과되지는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