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이틀만에 첫 무정차 통과…열차 36분 지연
사다리 반입을 놓고 공사 측과 전장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열차 운행이 약 7분 30초 가량 지연됐고 박경석 대표가 탄 열차가 먼저 출발했다. 공사 측은 남은 회원들로 인해 열차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오전 8시 44분쯤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으로 들어온 열차 1대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공사 측은 SNS를 통해 “전장연이 운행방해 행위를 동반한 시위를 진행하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 불편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고자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한다”고 알렸다. 4호선은 오전 8시 52분 열차부터 다시 정상 운행되어 나머지 회원들은 사다리 없이 열차에 올랐고 먼저 출발한 박경석 대표 측과 충정로역에서 합류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과거에 사다리를 열차 문에 끼워서 열차 운행을 지연시킨 적이 많았기 때문에 열차가 지연될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며 “또 승강장과 환승 통로에 사람들이 많아서 이동하기 어려워진 점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장연 시위로 인해 4호선은 삼각지역 기준으로 상선 36분, 하선 17분 지연됐다.
박 대표는 이날 열차에 올라 무정차 통과에 항의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은 장애인 교육권·이동권 등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인 ‘장애인 권리예산’이 15일 국회 통과를 압박해 왔다.
전장연 측은 지난 13일 “무정차 통과가 아니라 장애인 권리예산 통과가 진정한 후속 대책이다. 무정차 통과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며 ‘어차피 비장애인 열차는 장애인권리를 무정차로 지나가지 않았는가’라고 적힌 종이를 지하철역과 열차 이곳저곳에 붙였다.
첫 무정차 통과에 우려와 환영 교차
대학생 김모(19)씨는 “무정차를 하면 열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원래 내리려던 곳에 못 내리고 또 피해를 볼 것 같다”며 “애초에 전장연 측에서 광장이나 국회 같은 다른 장소를 찾아서 시위를 해야지,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식의 시위는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6)씨는 “시민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정차 통과를 하는게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전장연 측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적어도 출근길에는 시위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집회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에 대해 경찰 측에 항의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해 11월 17일, 한 경찰관이 집회 중 박 대표가 들고 있는 연막탄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박 대표가 뒤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에 이송됐다. 전장연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지난 13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장연은 15일, 16일에도 이날에 이어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는 15일 ‘장애인 권리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다음해 1월 2일에 선전전이 아닌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