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 아래의 유일한 나라
2070년대 예상 성장률 -0.2%
소아과 붕괴 현상은 비극 서막
초저출산이 초래하는 재앙은 이미 코앞에 다가왔다. 최근 주목받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지원 미달(지원율 16.6%)이 그중 하나다. 소아청소년 진료 파트가 있는 전국 66개 종합병원 중 55개 병원에 내년도 전공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입원 진료를 포기한 병원도 나타났다. 환자 부모의 도를 넘는 무례함이 지원을 꺼리게 한다지만, 젊은 의사들의 소아과 외면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아동 인구 감소다. 1970년대 초 100만 명 수준이던 한국 신생아 수는 지난해 26만 명으로 50년 새 약 4분의 1이 됐다. 지난 5년간 문 닫은 소아과가 600개가 넘는다.
이 사태가 갑자기 닥친 것은 아니다. 3년 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70%대로 떨어지자 밤에 아픈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점차 사라지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2년 전 지원율이 38%로 급감했을 때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에 대한 보상 늘리기 등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10여 년 전 일본이 택한 방법이다. 우리는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라고 믿고 싶어 했다. 38%에서 25%를 거쳐 지금의 16.6%에 이르렀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학생 감소에 따른 대학 고사, 징병제 존속 위기, 필수 노동력 부족 등이 충격의 현실 문 뒤에서 기다린다. 사실 우리 모두 문제의 근원을 안다. 결혼·출산 회피 또는 포기다. 올해의 통계청 의식조사로 확인된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자금이 부족해서(28.7%), 고용 상태가 불안해서(14.6%), 출산·양육이 부담돼서(12.8%)였다. 자원 분배를 포함한 사회의 재생산 시스템이 정상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 사안과 관련한 정부 최고위직을 맡은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인구 문제보다 여당의 유력 당권 주자로 언론에 더 자주 등장한다. 그는 저출산 원인으로 홀로 사는 연예인들 생활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지목해 문제의 본질을 모르거나 외면한다는 비난을 샀다. 위기가 무시되는 시간은 이렇게 계속 흐른다. 후대의 고통이 예약된 미래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