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그의 대출한도를 줄였다. DSR은 개인의 연간 부채 원리금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박씨는 3년 전 아파트를 사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3억4000만원)과 인터넷은행 마이너스 통장(4000만원)이 있다. 지난해만 해도 박씨가 매달 부담하는 이자는 11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200만원이 넘는다. 그간 시중금리가 크게 뛴 여파다. 그는 늘어난 이자를 월급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 은행 마이너스 통장(연 7%)으로 대출이자를 충당했다.
결국 박씨는 이번 달 카드값을 내려던 자금으로 대출 이자를 갚고 카드 결제는 리볼빙(연 17%)으로 대신할 생각이다. 리볼빙은 카드대금 중 일정 금액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돼 이월할 수 있는 결제 방식이다. 박씨는 “당장 대출이자가 연체될 상황이라 이자가 비싸도 리볼빙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펼친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 금융 소비자의 리볼빙 이용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설명한 박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리볼빙은 규제망을 피했다. 관련법상 리볼빙은 금융 상품이 아닌 카드 서비스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돈 빌릴 곳이 마땅찮은 대출 취약계층의 이용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권 신용대출이 막히자 리볼빙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리볼빙은 금리는 높지만, 심사절차가 간단하고 돈을 빌리기도 쉬워 중·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한다. 실제 리볼빙 잔액은 크게 늘었지만, 은행권의 가계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올해 들어 9월까지 15조2000억원 감소했다.
리볼빙은 당장 일시 상환 부담을 줄여 연체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리볼빙은 새로운 대출을 통해 기존의 대출을 상환하는 대출 ‘돌려막기’다. 결국 높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고, 가계 부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시장에서 리볼빙 잔액 증가를 가계대출 부실의 징후로 보는 이유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리볼빙 외에도 대부업 등 제3금융권의 대출이 늘고 있는데, 금리 인상기를 거치면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차주가 급증했다는 의미"라며 “취약차주의 부실화에 따른 위험이 시스템리스크로 파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위한 선별적 금융지원이나 규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