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앙일보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25개 기업 중 13곳은 재생에너지 구매가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 참조〉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REC 구매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한 곳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KT·네이버·삼성SDI·KB금융 등 13개 기업은 올해 녹색프리미엄·REC·PPA 등의 구매 실적이 ‘0원’이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언했지만 실제 이행 시도는 없었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비용이 비싸고 인프라가 미비해 해외사업장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성SDI 측도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다. 목표 기간이 남은 만큼 계획을 세워 준비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당혹해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낮춘 게 기업들에는 혼선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만3096GWh(기가와트시)인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산업용 전력 사용 상위 10개 기업의 사용량(6만5351GWh)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의 RE100 선언으로 수요 폭등이 예상되는데 정부 정책은 뒷걸음질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게 현실적인 솔루션”이라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