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예산안 협상은 예산안 자체보다 예산부수법안 중 하나인 법인세에 막힌 상태다. 정부ㆍ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영업이익 3000만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25%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자고 주장한다. 야당은 이를 “초부자감세”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최근 법인세 인하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고, 인하 폭도 줄이는 내용의 중재안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이 역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다른 협상 조건으로 이른바 ‘국민감세안’을 역제안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 방법으로 예산부수법안에서 서민ㆍ중산층과 관련해 국민 감세를 하겠다”며 “초부자감세도 막고 동시에 다수 국민을 위한 감세를 하면 서민예산 증액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표가 언급한 ‘국민감세안’의 세부안을 밝혔다. ▶중소ㆍ중견기업(영업이익 2억~5억원) 법인세 20%→10%로 인하 ▶저소득층 종합소득세(6%) 과세표준 구간 1200만원→1500만원 이하로 상향조정 ▶월세 세액공제율 10%→15% 상향조정 등이 골자다. 각각 법인세ㆍ소득세ㆍ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수요일(14일) 오전까지 쟁점이 더 좁혀지지 않는다면 민주당 수정안을 정식 발의하면서 예산부수법안도 발의할 것”이라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자체 세법 개정안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한 맞불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원칙에도 어긋나고 양극화 심화 비난도 있는 초부자감세는 포기하는 게 합당하다”며 “법인세를 감면한다면 여력이 남아있는 초대기업들이 아니고 형편이 어려운 중소ㆍ중견기업에 감세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가 예산부수법안으로 중소ㆍ중견기업, 중산층과 서민에게 도움되는 감세안을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예산안과 한꺼번에 통과시키면 세출에서 효과는 못 보더라도 세입 측면에서 서민 세 부담은 줄여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는)최대한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민생과 서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예산을 편성했다”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고용노동자와 주주, 많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좀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한다면 (최고세율 인하로 인한) 3000억 정도의 법인세 감면은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라며 “법인세에 관해서는 이 분야 전문가인 김진표 국회의장의 수정안을 받아들여서 예산을 원활하게 타결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간곡히 드린다”고 말했다.
여당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영업이익 2억~5억원 구간 법인세를 10%로 낮추겠다는 건 이미 제시됐던 안이고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며 “민주당 주장은 결국 표를 노린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진짜 서민감세의 진정성이 있었다면 그런 제안을 상임위나 협상과정에서 진작 들고 나왔을 것”이라며 “논의 초점을 흐려서 판을 복잡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