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 법원은 6일(현지시각) 내셔널갤러리에서 존 컨스터블의 명화를 훼손한 기후활동가 두 명에게 1000파운드(160만 원) 이상의 피해를 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총 1081파운드(174만 원)를 내셔널갤러리에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또, 18개월의 조건부 석방과 함께 그 기간 안에 또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환경 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활동가인 이들은 지난 7월 내셔널갤러리에서 존 컨스터블의 대표작 중 하나인 ‘건초 마차(The Hay Wain)’에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이 인쇄된 포스터를 붙이고 액자에 손을 테이프로 고정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들은 “석유를 더 뽑아내면 광범위한 흉작과 식량난이 발생할 것이고, 우리의 푸르고 풍족한 땅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기후활동가들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림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술관 측은 시위 이후 그림을 복원하는 데 1081파운드가 들었으며 다시 전시할 때 유리판을 장착했다고 밝혔다.
과격해지는 기후 시위, 왜?
잘 알려진 문화유산이나 공공시설을 훼손하는 이른바 ‘반달리즘(vandalism)’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Last Generation)’ 활동가들은 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세계적 오페라하우스 겸 발레 극장인 라 스칼라 입구에 양동이로 페인트를 뿌렸다.
처벌 강화 움직임…다리 점거 시위대에 15개월 징역형
기후 활동가인 디에나 코코는 2일 시드니 하버 브리지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불꽃을 터뜨리는 등의 혐의가 인정돼 15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4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면서 도로를 막고 트럭 위에 올라가 조명탄을 터뜨리면서 출근길 교통 혼잡을 유발했다. 법원은 공공장소에서 조명탄을 터뜨리고, 체포에 저항하는 등 7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앞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시드니 전역에서 도로와 다리, 터널 등 교통을 마비시키는 기후 시위가 잇따르자 불법 시위에 대해 더 많은 벌금과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코는 이 법안의 적용을 받는 첫 기후활동가가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도미닉 페로테 뉴사우스웨일즈 총리는 “시위자들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다면 그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실형 선고는 반가운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비폭력 시위를 과도하게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데이비드 리터 그린피스 호주지역 대표는 성명에서 “평화적 시위에 대한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많은 자유와 권리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얻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