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친윤(親尹) 공부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에 참석한 친윤계 의원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우리 당의 모습만 자꾸 작아지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장제원 의원), “아주 극히 일부에서 하는 주장”(권성동 의원)이라며 차출설을 일축했다. 반면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새 대표는 수도권 선거를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MZ세대와 공감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새로운 인물’이어야 하니 한 장관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만 한 장관 차출설이 실현되려면 현실적 장애물이 적지 않다.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외부인사가 곧바로 여당의 대표가 되는 사례가 드물고 리스크도 크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경우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되며 정치에 입문했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대패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여권 핵심부에서는 한 장관이 2024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2단계 차출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말도 나온다. 이 밖에 여당 내부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체제에서 검사 출신 여당 대표가 나오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장관도 이날 차출설을 부인했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할 일이 많기에 장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분명히, 단호하게 말씀드린다”며 “앞으로도 그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계에서 당 대표 제안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그 누구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법사위 회의 후 퇴장하는 길에도 한 장관은 ‘총선이 1년 반 남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법무부 장관으로서 충실히 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답했다.
현실성 떨어지는 한 장관 차출설이 이토록 회자되는 건 여야의 ‘빈곤한 정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고질적 ‘영입정치’의 유산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한동훈 “장관직 최선 다할 것” 차출설 부인
지난 대선(윤석열 대통령)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안철수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때도 외부인사 영입이 선거 최중요 변수로 거론됐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집권 여당이 당 대표를 차출식으로 뽑는 건 묘수가 아니다. 오히려 여의도 정치가 희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한 장관 차출설과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법무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한 장관을 대중 앞으로 계속 호출하고 있어서다. 특히 민주당의 ‘청담동 술자리’ 공세 등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한 장관의 체급을 오히려 키워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은 ‘이모(이모씨)’를 ‘이모’(어머니의 동생)로 오인해 한 장관을 비판한 김남국 의원, ‘한국3M’을 한 장관의 딸로 오해한 최강욱 의원의 질의로 “헛발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윤 대통령의 성에 차는 후보는 한동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라는 말을 처음 공개적으로 꺼낸 게 야권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는 이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한 장관을 정치할 사람으로 규정하면, 전 정권 수사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가졌다’고 비판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이라며 “차출설을 야당이 함께 띄운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