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문정신 〈중〉 제주 동네책방
2022년, 책과 삶이 어우러지는 현장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제주다. 제주에는 몇 해 전부터 책방들이 모여들었다. 가수 요조도 제주에 ‘책방무사’를 열었고, 성균관대 앞 인문책방 ‘풀무질’도 제주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등록된 제주 지역 서점은 81곳. 인구 8374명당 1개꼴이다. 서울이 1만9471명당 1개꼴, 인천이 2만1943명당 1개꼴이다. 여러 책방이 유명해지면서, ‘제주 책방 투어’도 생겨났다. 제주 서점들이 자체적으로 열던 축제 ‘책섬(썸:)’뿐 아니라, 올해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주최의 ‘문화예술섬 제주 위크’ 축제도 열렸다.
단순히 책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저마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올해 6월 구좌읍에 문을 연 ‘시타북빠’는 시를 키워드로 내세운 인문학 책방이다. 황경아(54) 시타북빠 공동대표는 “삶의 전환기, 어려움에 빠졌을 때 시는 붙들고 살 만한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도, 소통의 통로도 없는 세상에서 인문학을 매개로 질문하고, 연결하고, 성장하고, 전환되고, 초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서와 토론은 인문정신을 함양하는 일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는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이해이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일”이라며 “인문 문화가 보편화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삶의 가치를 강조하고 책 읽는 시간을 늘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는 “인문학을 통해 인류가 세상에 남겨 놓은 모든 흔적들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깨닫게 된다”며 “독서가 주는 지적 시뮬레이션으로 삶의 판단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ㆍ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