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 경제는 어디로
최근 국제금융협회(IIF)가 1.2% 전망치를 제시해 충격을 던졌다. 이는 2021년 성장률(약 6%)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성장 전망치 3.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극단적 비관론이 아니다. 금명간 IMF마저 1%대 전망에 가세할 분위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지난 1일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좀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에 붙은 큰 불은 잡혔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악당에 시달릴 듯
1%대 성장에 6%대 물가상승 예견
IMF도 곧 세계 성장전망 낮출 듯
중앙은행들 금리 인하 쉽지 않아
한국 경제, 시계 비행 해야할 판
스태그플레이션 악당에 시달릴 듯
1%대 성장에 6%대 물가상승 예견
IMF도 곧 세계 성장전망 낮출 듯
중앙은행들 금리 인하 쉽지 않아
한국 경제, 시계 비행 해야할 판
2000년 이후 1%대 이하 성장은 두 번뿐
세계 경제가 1%대 이하 성장에 그친 해는 2000년 이후 딱 두 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1.3%)와 코로나19 대유행(2020년 -3.3%)이다. 비록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라 해도 내년 세계 경기 부진이 역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루한 장기전, 에너지 위기는 지속
러-우 전쟁의 향후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다. 러시아가 압도적 우세를 보여 전쟁을 끝내거나, 그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완전히 패퇴시키거나, 전쟁이 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러시아도,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결국 전쟁은 내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내년 전망치(2.2%)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수급이 계속 차질을 빚는 상황”을 전제로 작성됐다.
‘제로 코로나’서 질서 있는 퇴각이 관건
올해 중국 경제는 매우 부진했다. 국제기구의 성장 전망치는 3%대 초반(IMF 3.2%, OECD 3.3%)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강타했던 2020년(2.2%)을 제외하면 30여년 만에 최저다. 원인은 엄격한 봉쇄로 상징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 봉쇄와 격리로 소비와 생산이 멈췄기 때문이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IMF 전망치가 4.4%, OECD 4.6%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5~2019년 연평균 성장률이 6.7%인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 하락이 뚜렷하다.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인 중국이 부진한데 글로벌 경제가 호전되기는 어렵다.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세계 경제의 약 35~40%가 중국의 성장에서 비롯됐지만, 올해와 내년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중국이 방역 완화로 방향을 틀고 있는 점이다. ‘백지시위’가 보여주듯 중국 대중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점이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 이미 베이징·톈진·상하이 등에서 대중교통이용 시 요구됐던 코로나 음성 증명 제시 의무가 폐지됐고, 자가격리 허용과 강제 코로나 검사 완화 등이 시행되고 있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 변이의 낮은 치명률 등을 고려하면 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다. IMF 등 국제기구가 권고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제로 코로나에서 질서 있게 퇴각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가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중국의 백신 접종률은 낮고, 의료 인프라는 태부족하다. 서방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80세 이상 인구의 40%만이 세 차례 백신을 맞았다.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병상은 4.3개에 그친다. 이는 방역완화가 감염자 급증으로 이어질 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지 못하면 사망자 수가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식의 과격한 모형 분석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 저하다. 중국은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의 탁월함을 선전해왔다. 그것이 깨졌다. 중국 당국의 민간과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흔들리면 부동산 부실, 지방 정부의 높은 부채 등 중국이 숨겨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조원경 유니스트(UNIST·울산과기원) 특임교수는 “제로 코로나에서 방역완화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내느냐가 내년 중국 경제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부채 290조 달러로 급증
금리 인상이 나쁜 점은 가만히 있어도 갚아야 할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IIF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 세계 정부, 기업, 가계의 부채 총합은 290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2021년 부채 규모 303조 달러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이는 달러화 초강세에 따라 달러화 표시 부채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로 부채가 크게 늘었던 2020년(226조 달러)과 비교해선 28%나 증가했다.
금리 인상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다른 지출 여력을 줄인다.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 급랭도 이 여파다.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다. 소득이 늘거나 금리가 떨어지면 된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소득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금리 인상의 진원지인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 가져가겠다고 못 박았다. 월가에선 내년 기준금리가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대규모 부채와 고금리 상황은 필연적으로 도산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IMF는 저소득 개발도상국 60%가 부채위기에 빠져있거나 그럴 위험이 크다고 분석한다. 미국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채무조정이 필요한 개도국 국가부채가 2000억 달러에 달한다. 금융위기는 전염성이 크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도 경험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과 채무위기의 결합’이라고 진단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엔 부채 문제가 크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물가가 이렇게 높지 않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 국가들이나 신흥시장은 물론 일부 선진국도 과도한 부채에 짓눌려 있다”며 “부채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키고 실물경기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세계 경제는 지뢰밭이다. 세계 경제와 공동운명체인 한국 경제로선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부릅뜨고 시계 비행을 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