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이슈를 소설로 만든다면? 사회이슈 다루는 계간지 등장

중앙일보

입력 2022.12.06 15:13

수정 2022.12.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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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출판사가 사회의 큰 이슈를 테마로, 소설을 써서 모은 잡지를 펴냈다. '긋닛' 1호 '비대면'(왼쪽), 2호 '기후위기'. 사진 이음출판사

 
'정말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善)을 이룰까? 그런 기적이 일어날까?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우다영 작가노트, '긋닛' 2호)
 
요즘 시대의 가장 첨예한 사회이슈를 기사가 아닌, 소설로 써서 책에 담았다. 이음출판사가 새로 펴내는 계간지 '긋닛'이다.
 

끊고, 잇자… 이 시대의 주제 놓고 쓴 소설만 모았다

'긋닛'은 '끊다'의 옛말인 '긋다'와 '잇다'의 옛말인 '닛다'를 합친 이름이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이기도 했다. 
이음출판사 조연주 편집장과 작가 김태용·민병훈·우다영이 편집위원을 맡았다. 6일 오전 서울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우다영 편집위원은 "진짜 어렵게 (고민한 끝에) 제목을 지었다"며 "예전의 보통 사회와 달라진 문제, 지금 새롭게 도래한 문제를 캐치해서 지금을 끊어 단면을 보여주는 잡지를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독자와 작가, 작가와 사회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뉴스는 쌓이는 속도보다 더 빨리 휘발되지만, (…) 이야기의 형식을 통과하면 크고 강한 힘이 생긴다'는 설명처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주제를 뽑아 그에 맞게 창작한 소설만 묶었다. '긋닛'은 문학동네·창비가 펴내는 기존 문학 잡지,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계간지 '소설 보다' 등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조연주 편집장은 "어떤 사안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중에) 전달하는 방식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현안이라기보다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훈·편혜영도 관심…작가 소개도 빼고 소설만 눌러담았다

'긋닛'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조연주 편집장, 편집위원 김태용, 우다영, 민병훈. 김정연 기자

 
 '긋닛'은 김태용 편집위원이 이음출판사 주일우 대표와 기후위기를 다룬 소설 모음집, '팬데믹 앤솔로지' 등을 구상하다가, 차라리 사회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잡지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러 펴내게 됐다. 
1호 주제는 '비대면', 2호 주제는 '기후위기'다. '노동'(3호), '지방소멸'(4호), '빚'(5호) 등도 다룰 예정이다. 각 주제를 다룬 소설 세 편, 그리고 세 편을 아우르는 짧은 에세이를 실었다. 소설을 부각시키기 위해 작가 소개, 목차 등을 빼고 본문만 꽉꽉 눌러 담았다.
 
녹록치 않은 문학·문예지 시장 환경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우다영 편집위원은 "수요가 있을까?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긴 했다"면서도 "현 시점의 가장 중요한 문제, 한 가지의 주제를 한 계절 동안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 시장에서 지속성이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1호는 구병모·이상우·정용준, 2호에는 우다영·정지돈·최진영 등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후에도 여러 젊은 작가들에게 원고를 부탁해둔 상태다. 김훈, 편혜영 작가 등도 기획 의도를 듣고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주제에 맞게 작가를 섭외하기도 하지만, '열린 잡지'를 표방하는 만큼 앞으로 펴낼 잡지의 주제를 미리 공지하고 등단 여부와 무관하게 원고 응모를 받고 있다. 등단한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해당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잘 쓸 수 있는 작가가 많을 거란 판단에서다. 
우다영 편집위원은 "3회부터는 투고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주제 선정에도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북토크 등 행사로 '이야기의 장'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