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건 비단 정씨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고혈압 환자가 최근 2030 젊은 층에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대비 20대男 40%, 20대女 61% 증가
20~30대 젊은 층에서 고혈압 환자가 늘어난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비만과 스트레스를 꼽았다. 김혜미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배달 음식이나 외식 위주의 생활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짜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많이 먹게 됐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량은 적다 보니 비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기에 코로나19와 취업난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아진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 2030이 제일 빠르다”라며 “특히 청소년 때 비만이었던 인구가 그대로 성인 비만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청소년기에 살집이 있다가도 대학에 들어가면 정상 체중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신체활동량이 적고 기름진 음식을 주로 섭취하다 보니 고도비만으로 가는 2030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예전에는 남성들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여성들도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병원에서 20~30대 비만으로 진단된 환자는 6340명에서 2021년 1만493명으로 65.5% 증가했다.
환자 늘었지만, 치료엔 소극적인 2030
김 교수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혈압 측정 기회가 적을수록 고혈압에 대한 인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나이가 젊더라도 평소 자신의 혈압에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혈압은 수축기 120mmHg 미만, 확장기 80mmHg 미만이며, 고혈압 전 단계는 수축기 혈압 120~139mmHg, 확장기 혈압 80~89mmHg 사이다.
오상우 교수는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는 “고혈압이 있다는 건 동맥경화(혈관 벽이 딱딱해지는 것)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건데 동맥경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10~20년 장기간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결국 초등학교, 중학교 때 비만에서 시작된 게 쌓이고 쌓여 20대에 고혈압으로 나타난 것이고 이걸 또 놔두면 이후에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배달 음식을 덜 시켜먹고, 어렸을 때부터 비만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