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광조(70)가 오는 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이광조의 작은 음악회’를 열게 된 이유다. 미국에서 귀국한 2011년부터 지난 8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는 매일 어머니 댁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일회성 공연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조그맣게 시작해 조금씩 키워나가고 싶다”는 게 포부다. 정기 구독 서비스 ‘월간 바이닐’도 바이닐(LP) 1장이 팔릴 때마다 1000원씩 기금을 모아 힘을 보탰다.
공연을 앞두고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이광조는 활력이 넘쳤다. 올 초 기타리스트 함춘호(61)와 함께 어쿠스틱 앨범 ‘올드 & 뉴(Old & New)’를 발매한 데 이어 두 번째 앨범 ‘트러스트(Trust·가제)’를 준비 중이라며 막 녹음을 마친 곡을 들려줬다. 이난영 원곡의 ‘다방의 푸른 꿈’(1939)을 부르는 그의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제법 잘 어울렸다. 가요계 대표 음유시인답게 나지막이 읊조리는 미성은 귀를 붙들었다. 1976년 홍익대 미대 재학 시절 ‘나들이’로 데뷔하며 트로트와 포크로 양분된 가요계에서 발라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다.
지난 앨범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1985) 등 대표곡 위주로 10곡을 수록했다면, 이번에는 ‘즐거운 인생’(1988)과 ‘빈 가슴 하나로’(1990)를 제외하면 7곡이 리메이크곡이다. 산울림 원곡 ‘청춘’(1981)부터 남궁옥분 원곡 ‘재회’(1985) 등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 7월 ‘이광조×함춘호 어쿠스틱’이라는 이름으로 LP로 발매된 지 사흘 만에 1000장이 팔려나간 데 힘입어 이번에는 내년 초 LP로 먼저 발매할 예정이다.
“다들 리메이크를 쉽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에요. 원곡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잘못하면 욕만 먹고 밑져야 본전이죠. 이 나이에 ‘나는 열일곱살이에요’(1938년 박단마 원곡) 할 수는 없으니까 좀 깎아서 ‘나는 육십살이에요’라고 재즈풍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함춘호와 1981년 ‘저 하늘의 구름 따라’ 세션을 함께하며 연을 맺었다. 이광조는 “‘보통사람들’이라는 밴드를 같이 했는데 참 즐거웠다”며 “6~7년 전에 만났을 때 음반을 제작하자고 했었는데 더 늦기 전에 함께 하고 싶어서 그 제안이 아직 유효하냐고 먼저 물어봤다”며 웃었다. 그는 “다른 악기 없이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하다 보니 숨을 곳이 없었다”며 “서로 눈을 보고 맞춰 나가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훌쩍 떠나 11년간 자유인으로 살며 숨 고르기를 한 덕분인지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듯했다. 어쿠스틱 시리즈가 마무리되면 “디스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 디스코가 굉장히 유행했는데 그렇게 빠르고 흥이 넘치는 노래는 못해본 게 아쉬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미룬 데뷔 45주년 공연도 내년 3월 12일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