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전반…황희찬 역전골에 환호성 터졌다
포르투갈과의 일전이 시작된 3일 오전 0시,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1만 20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 시각 서울 광화문의 수은주는 영하 1도, 체감 온도는 영하 3도를 밑돌았지만 시민들은 “반드시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믿음과 응원 열기로 추위를 녹였다.
전반 5분 만에 포르투갈에게 실점한 후 광장을 뒤덮었던 탄식 소리는 전반 27분 김영권이 동점 골을 넣자 즐거운 비명으로 바뀌었다. 일어나 있던 시민들은 벌떡 일어나 서로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프타임 동안 직장인 김주원(28)씨는 “동점골이 터졌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도파민이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며 “16강 갈 것 같다. 안 가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16강행을 좌우하는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를 스마트폰으로 틀고 분석에 나섰다. 종로구 거주김승태(28)씨도 전반에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앞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스마트폰으로 가나 대 우루과이전을 켰다. 이씨는 “우루과이가 이기고 있기 때문에 (포르투갈이) 열심히 안할 것 같다. 핵심 선수 몇 명을 뺀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잘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듭된 공세 끝에 황희찬이 후반 45분 역전골을 터뜨리자 환호와 열광은 극에 달했다. 옆 사람을 냅다 끌어안고 점프하는 시민들, 친구를 목마 태우고 빙빙도는 시민들도 보였다. 골 리플레이 장면이 나오자 다시금 현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정아인(22)씨와 장하림(23)씨는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 소리와 함께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정씨는 “응원의 힘이 카타르에 닿은 것 같아 울컥한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후 화면은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로 전환됐다. 우루과이의 프리킥을 가나 골키퍼가 막아낸 순간, “가나”를 연호하며 응원하던 시민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사회자가 나와서 16강 진출을 발표하자 “아아악!”하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승리가 확정되자 뒤늦게 광화문광장으로 달려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트레이닝복 위에 급하게 외투를 챙겨 입고 나온 은평구 주민 홍지수(25)씨는 “친구들과 각자 집에서 빨래 하고 청소 하면서 TV로 보고 있었는데, 이기자마자 3명이서 택시를 타고 바로 여기로 달려왔다”며 “다 끝난 거 아는데, 너무 흥분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상 첫 영하의 월드컵…두 손 호호 불며 ‘대~한민국’
이날 광화문광장 메인무대에는 검은 귀마개와 목토시를 낀 안전 요원과 경찰이 2m 간격으로 배치됐다. 경광봉을 든 경찰관들은 “통행로에 멈추지 말고 이동하라”, “펜스에 더 붙어서 줄을 서 달라”고 안내했다. 이날도 경찰은 지난 1,2차전 거리응원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 펜스로 구역을 나눠 관리에 나섰다. 오후 10시쯤 1500여명이었던 인파가 1만 2000여명으로 불어나자 주최 측은 광장 동측 차선 2개를 통제하고 인파를 도로로 이동시켰다.
경기 종료 시각이 3일 오전 2시쯤인 걸 고려해 지하철 2ㆍ3ㆍ5호선은 오전 3시까지 특별 운행에 들어갔다. 각 호선별로 경기 종료 시각에 맞춰 10여분 간격으로 5~6회 운행했다. 심야 버스도 오전 2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집중 배차됐다. 경찰청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인파 1만 5000여명이 모일 걸로 내다보고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11개 부대(약 680명), 특공대 20명을 배치했다. 지난달 28일 2차전과 비교했을 때 영하의 기온과 자정이라는 경기 시각, 지난 경기 결과 등을 고려한 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