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량도 줄었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16.43으로 1년 전보다 3.4% 하락했다. 올해 6월(-2.5%) 이후 넉 달 만에 하락 전환이다. 수출 물량ㆍ금액의 쌍둥이 감소는 202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해당 지수는 비교 시점의 수출 금액ㆍ물량을 2015년의 수출 금액ㆍ물량으로 나눠 산출한다.
수출 품목별로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 외에는 볕 든 곳이 없었다. 운송장비의 경우 수출 물량(20.5)과 금액(19.6%) 모두 전년 대비 늘었다. 반면 화학제품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의 이유로 수출 물량(-12.4%)과 금액(-14.1%)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수출 물량(15.1%)은 늘었지만, 금액(-16.7%)이 감소했다. 다만 반도체는 전월 대비로는 수출 물량(-10.8%)과 가격(-21.3%)모두 감소했다.
한은 서정석 물가통계팀장은 “자동차, 특히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운송장비와 2차 전지 수출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화학제품, 석유 제품, 반도체 수출 등은 수출금액 등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역조건도 악화했다. 순상품교역지수는 84.74(2015년=100)로 전년보다 7.4% 하락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상품 100개를 수출하면 84.74개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1년 전에는 91.56개를 살 수 있었다. 한은 서정석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가격 약세로 수출 가격은 내리고 전년 대비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 가격은 올라 교역지수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순상품교역지수는 전월보다는 1.5% 상승했다. 지난달 국제유가하락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소득교역조건 지수는 98.66(2015=100)으로 전년보다 10.6%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5월(93.96) 이후 처음이다. 소득교역지수는 수출입 가격 변화만 반영하는 순상품교역지수와 다르게 수입 물량까지 반영돼 산출된다. 순상품교역지수와 소득교역조건지수는 각각 19개월과 9개월 연속 하락했다.
교역조건이 악화하며 한국의 무역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99억6800만 달러(약 54조3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연간 기준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1996년(206억2400만 달러)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