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보다 0.61%포인트 오른 연 5.27%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금리는 유럽 재정위기였던 2012년 9월(연 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모두 올랐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오른 연 5.08%로 집계됐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대출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건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62%포인트 오른 연 5.49%였다. 한국은행 박창현 금융통계팀장은 “대기업 대출 금리가 상승한 건 지표금리가 상승한 데다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은행 대출 수요가 확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이 많이 늘어나며 신규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한은은 이달 경제 전망을 통해 내년도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 대비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6.7%나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19%포인트 오른 연 5.34%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금리는 2012년 6월(연 5.38%) 이후 가장 높다. 그나마 기업대출 금리보다 금리 상승 폭이 낮았던 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고정금리 대출을 해줬던 안심전환대출의 영향이다. 가계대출은 연 5% 이상이 표준이 됐다. 지난달 나간 대출 중 금리가 연 5% 이상인 대출 비중은 49.3%까지 치솟았다.
대출 별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0.03%포인트 오른 연 4.82%로 집계됐다. 다만 신용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오르며 연 7.22%로 7%를 넘어섰다. 신용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선 건 2013년 1월(연 7.02%) 이후 처음이다.
은행 간의 수신(예금) 금리 경쟁으로 저축성 수신금리는 전월보다 0.63%포인트 오른 4.01%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등 순수저축성 예금 금리는 0.62%포인트 오른 연 3.97%로 집계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는 “조달비용 증가로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돼 내년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1.7%)보다 낮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을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