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콜라 시위’ 검문 강화에 무산
전날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가두시위가 벌어졌던 량마허 일대도 28일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시위 현장 주위의 가로등을 모두 꺼 칠흑처럼 만든 공안은 폐쇄회로 카메라와 별개로 지나는 행인의 안면을 녹취하는 등 물 샐 틈 없는 경비를 펼쳤다.
지난 26일과 27일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 시위가 벌어졌던 상하이 우루무치 거리에서는 공안이 표지판을 철거하고 양측 인도에는 펜스를 설치했다. 집회를 원천 차단한 공안은 행인을 검문하고 휴대폰을 검사했다고 홍콩 동방일보가 보도했다. 시위가 예고된 도심 인민광장 지하철역은 출구를 차단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시위 침묵한 인민일보에 ‘제로코로나’ 하루 만에 재등장
전날 1면에 ‘제로 코로나’를 언급하지 않은 필명 중음(仲音)의 사설을 실었던 인민일보는 29일 2면에 중음 사설을 게재했으나 다시 “제로 코로나 총방침 관철”을 강조했다.
베이징시, 철제 펜스 금지 조치
방역 불만 여론을 잠재우려는 당국의 노력은 ‘외세 배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맞물렸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아이디 ‘토주석(兎主席)’을 쓰는 정치평론가 런이(任意)는 런중이(任仲夷, 1914~2005) 전 광둥성 서기의 손자다. 혁명 원로 3세인 그는 28일 “(시위가 벌어진) 베이징 량마차오(亮馬橋)는 대사관 단지와 가까워 외국인이 많거나 외국인에 의지하는 지역”이라면서 “외국 언론이 모두 톱 기사로 보도했고, 주요 외국 언론이 모두 현장에 있었다”고 외부 결탁설을 주장했다. 11·24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한 것을 놓고는 “우루무치와 관련시킨 건 해외 정치 세력의 신장에 대한 상상력과 부합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외세가 참여했고 안팎이 결탁했다”며 “관계 부처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의 반중세력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무기한으로 유지해 중국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디커플링을 일으켜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를 늦추고 중국 내부 모순을 격화시켜 내란을 일으키려 한다”고도 했다.
중국 당국자도 동조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SNS에 일부 다른 생각을 품은 세력이 있어, 이번 화재를 현지의 방역 정책과 연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자오 대변인의 ‘다른 생각을 품은 세력’은 외국세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수주의 블로거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 역시 외세 개입설을 암시했다. 그는 28일 웨이보에 백지시위는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민중은 의견을 표시할 권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여러분이 어떠한 일에 참여한다면 그 방향이 다른 외부의 힘으로 쉽게 이용되거나 심지어 납치당해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파괴하는 홍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세가 백지시위를 악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주중대사관 “14일 치 먹거리 대비를”
한국 대사관은 지난 26일부터 교민에게 배포하는 영사 뉴스에 “베이징 왕징에서 이루어진 봉쇄에 대한 항의 관련, 불필요한 상황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베이징 일본대사관도 28일 항의 현장을 만나도 접근하지 말도록 주의를 환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