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 본사서 사라"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강매 갑질

중앙일보

입력 2022.11.28 15:16

수정 2022.11.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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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시중에서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물품까지 가맹본부에 구매를 강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치킨 이미지. 사진 N-POOL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이 선전하면서 치킨 등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치킨·커피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에 본사 제품을 강매하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고무장갑이나 탄산음료처럼 시중에서 비교적 싸게 살 수 있는 물품까지 ‘필수 품목’으로 지정해 구매를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실과 공정경제담당관실은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가 지정한 ‘필수 품목’이 가맹사업법 규정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해 28일 그 결과를 내놨다. 조사 대상은 서울 시내만 40개 이상 가맹점을 확보한 중·대형 프랜차이즈 30곳이다. 필수 품목은 가맹본부가 상품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점주에게 본부가 지정한 특정 업체 제품을 쓰도록 강제한 목록이다.  
 

프랜차이즈 70% 필수품목 지정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가운데 70%는 이마트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 등 할인점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제품 등을 필수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었다. 물티슈·냅킨· 젓가락·빨대·고무장갑 등이 대표적이다. 시럽·연유·탄산수·탄산음료·우유 등 식음료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본사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지정했다. 한 치킨 업체는 냉장고·냉동고와 커피머신·전자저울·포스기 등 가전제품까지 강요했다. 


다른 커피 가맹본부는 본사가 지정한 필수 품목 50여종을 명시했는데, 커피 품질과 무관한 오븐이나 냉장고까지 구매를 요구했다. 아예 모든 설비를 자사 제품으로 쓰라고 요구하다가 적발된 프랜차이즈 업체도 있었다.
 
이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류대창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외부에서 싼 물품을 사는 게 편하지만, 본사가 필수 품목으로 지정해 비싸게 팔면 가맹점주는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며 “가맹본부에 필수 품목 지정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카페 내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일회용품·공산품까지 구매 강요 

서울시는 가맹본부에 필수 품목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이외 지역서 영업하는 가맹점이 있더라도, 일부를 필수 품목에서 빼달라고 했다.  
 
맛·품질 일관성 유지와 관련 없는 냅킨·젓가락 등 일회용품과 가맹점 유통·품질 관리와 무관한 고무장갑·행주·진동벨 등 공산품이 대표적이다. 이번 조사 대상인 30개 중 29개 가맹본부가 이런 일회용품이나 일반 공산품을 필수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었다. 29개사 중 21개 업체가 서울시 제안을 일부 받아들여 최대 89개를 필수 품목에서 제외했다.
 
류대창 담당관은 “특히 치킨 본부 1곳에서는 원재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식용유를 필수품목에서 제외했다”며 “업종 특성상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품목인데도 가맹점주를 위해 배려한 사례”라고 말했다.
 
필수 품목에서 제외하면, 가맹점주는 해당 품목을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가맹점주는 시중에서 구매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등 통제를 할 수 없다.
 
서울시는 또한 정보공개서 상 필수 품목 내용을 누락했거나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9개 가맹본부에 보완을 요청했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는 596개 항목을 사실상 강요하면서도 이를 정보공개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 업체를 포함해 8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수정을 완료했다.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거래하는 거래 대상 품목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 기재하지 않으면 서울시는 정보공개서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밝혀진 가맹본부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