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년여 남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26일 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사퇴했다. 차이 총통은 사퇴 연설에서 “대만 인민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면서 “대만 인민이 무수한 선거, 수 세대의 노력을 거쳐 쌓은 가장 진귀한 자산은 선거에서의 승패를 막론하고 인민이 결국 최후의 승자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또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이 구두로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자신이 만류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민진당 패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무원대만판공실은 26일 밤 “이번 결과는 섬 안에서 ‘평화를 구하고, 안정을 구하고, 더 좋은 나날을 요구하는’ 주류 민의를 반영했다”며 “광대한 대만 동포와 계속 단결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발전, 융합발전을 추동하고, 양안 동포의 복지를 증진하며, ‘대만독립’ 분열과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진당 정부를 향한 압박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중화권 언론은 해석했다.
민진당의 주된 선거 패인으로 ‘중국에 대항해 대만을 보호하자(抗中保臺·항중보대)’는 책략이 지적된다. 자오춘산(趙春産) 대만 단장(淡江)대학 명예교수는 “민진당의 ‘항중보대’ 책략의 효과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대만의 젊은 세대는 ‘중국에 맞서서는 대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인민해방군의 8월 군사 훈련과 차이잉원 정부의 대응을 포함해 양안 관계의 ‘급속한 악화’를 목격하면서 대만이 전쟁 지경으로 몰리기를 원치 않게 됐다”고 홍콩 명보에 말했다.
선거 패배로 차이잉원 총통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대만 정국은 오는 2024년 1월 실시하는 차기 총통선거 모드로 빠르게 전환될 전망이다. 민진당은 오는 30일 당 중앙상임위원회를 열고 전날 재선에 성공한 천지메이(陳其邁) 가오슝(高雄)시장을 대리 주석으로 추대할 예정이다. 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로는 대만독립파로 분류되는 라이칭더(賴淸德) 현 부총통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민당에서는 주리룬(朱立倫) 현 당 주석을 비롯해 자오샤오캉(趙少康) 전 중국라디오방송공사(中廣) 이사장, 폭스콘 창립자 궈타이밍(郭臺銘) 등이 출사표를 낼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된 40대 정치인 장완안(蔣萬安)은 4년 전 가오슝 시장에 당선된 뒤 곧바로 국민당 총통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한궈위(韓國瑜)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 차차기를 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기존 20세 이상 시민에게 허용되는 선거·피선거권 등을 18세로 낮추는 ‘18세 공민권’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최종 부결됐다. 약 565만 명이 동의해 반대보다 63만여표 많았으나 유권자 과반수인 962만표에 못 미처 통과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