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총리만큼 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최장수 총재인 그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때부터 9년째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금융완화책을 쓰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4일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긍정적으로 임해달라.”
또 있다.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게이단렌(経団連) 회장이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베이스 업’을 언급했다. 기본급(베이스)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것을 회원사들에 전하겠다고 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가장 큰 단체 회장이 앞장서 아예 기본급을 올리자고 나선 건데, 우리로선 낯선 풍경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제 석학,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최근 저서 『어떻게 하면 일본인 임금이 오를까』에서 전혀 다른 지적을 한다. 정치가 지난 20년간 개입해도 일본서 임금이 오르지 않고, 경제가 살지 않는 것은 기업이 ‘버는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마존·애플·구글처럼 ‘버는 힘’이 좋은 기업을 만들 산업구조 변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물가는 치솟고, 내년 전망은 어둡다. “일본의 가장 중요한 장기적 경제 과제는 높은 부가가치를 낳는 기업을 만들어,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와 정치공방만으로 뒤범벅인 우리 정치가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