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9월 대장동 수사를 시작한 이래 이 대표에 관한 직접적인 단서를 포착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건 처음이다.
경기도 비서실 직원 “수행비서 배씨, 李 자택서 현금 1억~2억 들고나와"
검찰은 지난 23일엔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을 불러 소환 조사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신고자이기도 하다. 해당 비서실 직원은 “배씨가 이 대표 자택에서 현금이 있는 종이가방을 들고나오는 것을 봤다”며 “배씨에게서 1억~2억원쯤 된다고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배씨가 현금을 입금한 지난해 6월 28일은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이었다.
또 이 대표 계좌에 현금이 입금된 지난해 6월은 김용 전 부원장의 불법 경선자금 수수 시기와 겹친다. 김 전 부원장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짜고 지난해 4월 1억원, 6월 5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최측근의 진술을 받아내는 것도 시간문제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이 대표에 대해서는 배임죄 외에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추가로 넣느냐가 관건인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측 “예금 인출, 모친 조의금 등으로 마련한 현금”
이 대표 측은 현금 2억7000여만원의 출처를 두고 ▶본인 명의 농협통장 예금 인출금 1억5000만원(2019년 3월 20일) ▶본인 명의 농협통장 예금 인출금 5000만원(2019년 10월 25일) ▶모친상 조의금 등 7000여만원(2020년 3월 13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예금 변동 및 현금 보유내역은 2020년과 2021년도 공직자재산신고서에 명시돼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해명에 ‘모친상 조의금 등 7000만원’의 출처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0년 3월 13일 모친상을 당한 후 페이스북에 “어머니를 기억하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가족장으로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며 “공무와 정무에 바쁘신 분들과 저를 사랑하는 분들께서는 마음으로만 조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조화도 사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실제로는 빈소에 은수미(59·구속) 성남시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다녀갔다고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따라 조의금 등은 5만원으로 제한되는 걸 감안하면 조문객이 상당했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계좌 영장은 범죄사실이 있어야만 발부받을 수 있다”며 “모친상 조의금 뿐만 아니라 본인 명의 농협통장 예금 역시 출처를 따져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진상·김용 구속한 檢, 李 ‘대장동 비리’ 연루 직접 증거 찾는다
계좌추적의 경우 6개월 후 당사자에게 통지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계좌추적은 사실상 ‘선전포고’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의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란 진술에 이어 ‘대장동 저수지’ 의혹의 물증을 확보하는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 역시 나온다.
검찰은 최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의 추가 진술 덕분에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54)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부원장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검찰은 두 사람을 대장동 배당이익 428억원 약속받는 등의 부정처사후수뢰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구속기소할 당시 구속영장 등에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란 표현을 사용해 이 대표를 대장동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