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입만 보고 한 달 내달린 巨野…김의겸은 조건부 유감
근거는 술자리에 있었다는 A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말한 전언뿐이었다. 당시 한동훈 장관은 “제가 저 자리에 없었다는 데 장관직을 포함한 앞으로 있을 모든 자리를 다 걸겠다. 의원님도 걸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이후 김 대변인은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서도 “제보 내용이 맞는지 계속 확인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당내 여러 의원이 “실책을 한 것”(조응천 의원)이라고 말렸지만, 오히려 지도부는 김 대변인의 말에 힘을 실으며 한배에 탔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진실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주장했다. 이튿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별검사를 임용해 진실을 밝히자”라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제2의 국정농단”이란 표현까지 썼다.
이렇게 A씨의 입만 보고 거칠게 내달려온 김 대변인과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한 달 만에 A씨가 말을 바꾸면서 모양이 우스워졌다. 그럼에도 김 대변인은 24일 “A씨의 경찰 진술이 사실이라면”이란 조건을 달아 “윤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사과를 요구해온 한 장관 이름은 넣지도 않았다. 김 대변인은 심지어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질 음모론에 올라타고 부추긴 이재명ㆍ박홍근ㆍ박찬대ㆍ김성환 의원께 사과를 요구한다”며 “김 대변인은 사과하실 필요 없다. 앞으로 입만 열면 거짓말하지 못하시게, 제가 확실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與 “野, 지라시 뉴스 생산지” 맹폭·…당내도 “이 대표 탓”
김행 비대위원은 “민주당은 거짓말 퍼레이드로 대통령과 장관을 소재 삼아 국정농단을 서슴지 않고 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가짜뉴스가 민주당을 장악하고 판을 치는 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글부글하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제대로 안 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 폭로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전주혜 비대위원)는 여당 지적을 부정하기 힘들어서다. 지난 9월 2일 임명 후 김 대변인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게 벌써 세 번째다.
9월엔 한 장관이 이재정 민주당 의원에게 쫓아와 억지로 인사했다고 주장했다가, 현장 영상이 공개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 장관은 “거짓말이 들통났는데 사과도 안 한다”고 반발했다. 또 지난 8일엔 페르난데스 주한 EU대사가 이재명 대표와의 비공개 접견 때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발표해 페르난데스 대사로부터 “제 말이 오용되고 왜곡된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비판을 들었다.
익명을 원한 다선 의원은 “기본도 안된 사람을 이 대표가 우리 당의 입으로 쓰고 있으니, 결국 이 대표 탓”이라며 “김 대변인은 최소한 대변인직은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김의겸이 또 김의겸했다’는 말도 이제 식상할 지경”이라며 “지도부가 김 대변인을 계속 끌고 가는 건 자충수”라고 말했다.
“사실 아니니 與 다행 아니냐”…이재명은 “팩트 기반해서 말하자”
다만 물밑에선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인사는 “김 대변인이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해서, 이달 초에 이미 이 대표에게 김 대변인 사임을 우회적으로 제안한 적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엔 이 대표가 김 대변인의 적극적인 공격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이 대표도 최근 정무직 지도부가 모인 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발언은 팩트에 기반해서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대화방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김 대변인 이름을 적은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김 대변인을 지목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는 “이쯤 됐으면 김 대변인도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야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