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호 순위가 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월 8일 후룬 연구원(胡润研究院)이 발표한 ‘2022 후룬 부호 순위(2022胡润百富榜)’에 따르면,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农夫山泉·농부산천)의 중산산(钟睒睒, 69세)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중국 부호 1위에 올랐다. 그의 재산은 1년 사이 650억 위안 늘어난 4550억 위안(약 85조 7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중국 부호 재산 규모로는 최고 기록이다.
2~3위 역시 지난해와 변함이 없었다. 2위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字节跳动) 창립자 장이밍(张一鸣, 39세)이 차지했다. 그의 재산은 1년 전보다 950억 위안 감소한 2450억 위안(약 45조 8101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와 같이 2위를 지켰다. 3위는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 닝더스다이(宁德时代·CATL) 쩡위췬(曾毓群, 54세)에게 돌아갔다. 그의 재산은 1년 전보다 900억 위안 줄어든 2300억 위안(약 43조 54억 원 원)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공산품, 부동산, 헬스, 소비품, 식음료 업종의 기업가가 이번 명단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렸다. 후룬 연구소는 “코로나 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서 중국 경제도 단기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국 증시가 크게 휘청이면서 명단에 오른 기업가 재산 대부분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명단에 오른 부호들의 재산 총액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재산 50억 위안 이상의 기업가가 1년 전보다 10% 넘게 감소했음에도,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50%, 10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증가한 수치라는 데 주목할 만하다"라고 후룬은 밝혔다.
몇 해 전 부동산 거품으로 시장이 출렁일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인터넷 테크 기업이 진정한 대세라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그런데 이후 몇 해 만에 전통업종과 빅 테크 기업의 상황이 또다시 역전된 것이다.
중국의 테크 기업들은 외부적인 불확실성과 실적 둔화에 정부 당국의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고전 중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핀둬둬, 메이퇀(美团) 등 중국 5대 인터넷 기업의 시가 총액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알리바바의 경우 8500억 위안(약 158조 6695억 원)에서 1800억 위안(약 33조 6366억 원)으로 2년 만에 시총 80%가 증발했다.
얼마 전 중국 최대 쇼핑축제 솽스이(双十一 ,11월11일)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알리바바는 솽스이 개최 역사상 처음으로 총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유명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화려한 전야제도 올해는 생략됐다. 그밖에 징둥(京东), 핀둬둬(拼多多)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예년에 비해 조용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소비 심리가 둔화한 탓도 있지만,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시진핑 3기의 기조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명단에는 90년 대생(90 后) 17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자수성가한 기업가는 3명으로, 시차(喜茶·희차) 창립자 녜윈천(聂云宸, 31세), 매너 커피(Manner·咖啡) 루젠샤(陆剑霞, 29세), 베이징 출생으로 미국에서 HR 스타트업 딜(Deel)을 창립한 왕숴(王硕 Shuo Wang, 32세)가 명단에 포함됐다.
글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