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 수ㆍ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대해 적용 중이다. 2020년 3월 도입 당시 올해 말 폐지되는 일몰조항을 단서로 달았다. 화물연대는 최근 이 일몰조항을 없애고 적용 품목을 철강, 자동차 등 5개 품목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24일 0시부터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ㆍ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고유가 상황과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 등을 고려해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측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ㆍ정에서 논의한 관련 법안을 곧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ㆍ정은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에 대해선 “국민들께 드리는 물류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를 들며 선을 그었다. 성 의장은 “5개 품목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양호하고, (확대)적용시 물류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연말 시한을 앞두고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여야는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두 달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고, 이 가운데 여야가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민생법안을 별도로 살펴보겠다며 7월 출범한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여야가 이견만 확인했다. 9월 29일 열린 제5차 민생특위 회의에서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적용 품목 확대에 대해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특수고용노동자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도 그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김성환 의원은 “모든 걸 시장원리에 맡기면 정부는 왜 존재하나”라며 “다른 5개 업종도 이참에 안전운임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3건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정감사 등으로 법안 논의가 미뤄지면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일몰 시한 연장을 결정했지만 화물연대는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총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6월 발의된 해당 법안은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가 골자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6월 합의를 어겼기 때문에 죽든지 살든지 하나 선택하자는 분노로 파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당ㆍ정 공개 회의에서도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으로 무역 적자가 늘어나는 와중에 파업하는 건 백척간두 한국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이기적 행동일 뿐”(김정재), “화물연대 파업은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행위에 불과하다”(임이자) 등 강한 비판이 나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ㆍ정 브리핑 직후 낸 논평에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민주노총의 오만한 대국민 협박에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