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검사는 고소·고발 사건 보다는 숨겨진 범죄를 찾아내는 일을 주로 한다.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입을 닫는 공직자 뇌물 사건, 회삿돈을 몰래 빼내 개인적으로 쓰는 횡령 범죄 등 정관계 권력형 비리와 기업 범죄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수사의 물꼬가 터지면 여론의 관심과 감시를 동시에 받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검찰 주류 조직으로 인정받아왔다.
'촉' 좋은 검사로 인정 받아야 특수부 입성
유력 정치인, 재벌 총수, 이들이 선임하는 거물급 변호인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전직 특수통들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일이 특수 수사”라고 입을 모은다. 수사 기법에 대한 마땅한 매뉴얼이 없고, 매뉴얼을 만든다 하더라도 변해가는 범죄 유형에 적용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법연수원·로스쿨 성적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기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윤갑근 전 대검 반부패부장은 “‘촉’이 좋은 검사”라는 말로 특수통의 역량을 표현했다. 특수통 출신 검사들의 말을 종합했을 때 촉이란 주로 경찰 송치 사건이나 고소·고발장을 검토하면서 맥락의 오류를 파악해 사건을 확대하는 능력을 뜻한다. 도제식 직무 교육이 이뤄지는 업무 특성상 촉은 필수라고 한다.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물속에 잠겨 있는 비리를 들춰내기 위해선 좌고우면하지 않는 저돌성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역량을 보여준 검사는 인사철 검사를 배치하는 '조패(造牌)' 과정에서 특수부 검사로 발탁된다.
노무현 서거 계기로 위상 하락
결국 검수완박을 계기로 특수부 전성시대는 저무는 분위기다. 핵심 수사 기법이 진술 확보→자료 분석으로 넘어가면서 특수부 검사의 피로감이 커진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조은석 전 원장은 “자료 분석이라는 기법을 한동훈 법무장관이 개척해 후배들에게 전파했는데, 그 다음 시대를 여는 특수부 검사가 요즘의 현실에서 쉽게 나올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밤샘 조사가 불가능해지고, 변호인의 대응이 노련해지는 환경도 특수부 검사의 근무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 내 우수 자원의 특수부 지원도 줄고 있다. 최재경 전 수석은 “우수한 검사 확보 방안을 찾는 건 공직 사회의 숙제”라며 “특수부가 무력화돼 겁낼 곳이 없으면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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