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총통은 지난 12일 타이베이시 유세에 직접 나서 “이번 선거는 중공 20차 당 대회 이후 첫 번째 선거”라며 “정확한 한 표를 행사해 자유·민주를 수호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국민당이 대승했던) 2018년 지방선거로 중국은 대만을 제멋대로 할 수 있다 여기게 하여 두 달도 안 지나 일국양제를 내밀었다”며 반(反) 중국 유세를 이어갔다. 선거 전 마지막 휴일이던 20일 ‘수퍼선데이’에도 차이 총통은 격전지인 지룽(基隆)·타오위안(桃園) 유세에 직접 나가 민진당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최대 야당인 국민당은 민진당을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했다. 대만의 제1 도시 타이베이 선거에서 선두를 달리는 장완안(蔣萬安·44) 국민당 후보는 20일 골목 유세 중 “민진당은 선거 때마다 적을 찾고, 대립을 굳이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장제스(蔣介石, 1887~1975) 초대 총통의 증손인 장완안 후보는 이달 초 타이베이를 지역구로 하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직에서 사퇴하는 배수진을 치고 시장 당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당 대결 정치를 거부한 제3 후보도 선전하고 있다. 무소속 황산산(黃珊珊·53) 타이베이 전 부시장은 지난 10일 대만 여론조사기구인 대만민의기금회 조사에서 26.6% 지지도를 기록해 29.8%인 장완안 국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민진당 후보 천스중(陳時中·69) 위생복리부장(보건장관)은 21.8%로 3위를 기록 중이다. 황산산 전 부시장은 차기 총통선거 출마를 위해 민중당을 창당한 현 타이베이 재선 시장인 커원저(柯文哲·63)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대만은 지난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시작으로 지난달 20차 중공 당 대회를 거치며 갈수록 강화되는 중국의 무력 침공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여당인 민진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중국에 대한 대결 의지를 굳건히 하면서 새로운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대만판 ‘북풍’ 전략을 내세웠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전체 22개 현과 시의 수장을 선출한다. 지금까지 민진당이 7곳, 국민당이 14곳, 민중당이 1곳에서 앞서며 민진당이 고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차기 총통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민진당 소속 시장이 기존 13개 시에서 6개로 줄어드는 참패를 당한 지방선거 직후 차이 총통은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민진당 지지율을 지탱해 온 차이 총통의 리더십이 사라지면 ‘포스트 차이’ 선정 등 과제가 산적한 정권 운영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그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수년간 다툰 통일·독립 문제가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진짜 문제이자, 과감하게 선포하지도, 실현을 원하지도 않는 가짜 의제”라면서 “현상을 유지하고 중국과 소통을 유지하며, 중화민국을 최대공약수로 견지하며 대륙과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26일 선거에서는 기존 시민권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국민투표도 함께 치러진다. 안건이 통과되면 대만의 젊은 유권자가 늘면서 향후 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