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뜨거운 감자’는 내년 시행할 예정인 금투세의 과세 시기를 2년 뒤로 미루는 금투세 유예안이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40여 일 뒤인 내년부터 국내 주식·펀드 등으로 5000만원 또는 기타 금융투자소득으로 250만원이 넘는 순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해당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간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민주당은 주식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절충안을 제시했다. 지난 18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정부 방침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더 낮추는 것을 전제로 금투세 2년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야당 “부자 감세” 여당 “입법 갑질”
하지만 정부는 민주당의 절충안을 거부하기로 하고, 이런 방침을 여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시장 여건과 주식시장으로의 시중 자금 유입 유도, 투자자 보호장치 정비 등을 고려해 금투세 유예가 필요하다”(최상대 기재부 2차관)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증권거래세를 0.03%포인트 낮춰 0.20%로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 놓았는데 여기서 더 내리자는 야당 제안은 받기 힘들다”고 했다.
여야에선 이날까지 금투세 유예론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1400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만 과세하겠다는 것은 역차별이고 개미 독박과세”라며 “정부안대로 금투세 시행은 유예돼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권성동 의원도 전날 “금투세는 개미부터 잡아버리는 ‘개미눈물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원욱 의원이 이날 “상인적 현실감각을 지닌 민주당임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금투세 조건부 유예로 입장을 돌린 데 대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금투세 유예안 외에 종부세 완화를 놓고도 여야 시각차가 크다. 종부세 개정안에는 기본공제액 상향,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및 세율 인하,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비율 하향 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여당은 납세자의 세 부담이 과도한 만큼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대상은 전년보다 29% 늘어난 120만 명으로,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한다. 2017년 3만6000명이던 1주택 보유 종부세 대상자도 올해 22만 명으로 늘었다.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에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씌워 반대해 왔다. 이미 정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최저한도인 60%까지 낮아졌고,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법안도 처리된 만큼 추가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논리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는 법인세법 개정안과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안도 민주당은 ‘재벌의 조세부담 경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책의 일환인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 논의 역시 “완화 폭이 너무 커 부의 대물림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신동근 민주당 기재위 간사)며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종부세·법인세 완화 등은 ‘민간 주도 성장’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169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국회 처리는 불가능하다.
세법 개정안, 내달 2일이 처리 시한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을 논의할 기재위 조세소위는 여야의 ‘소위 위원장 쟁탈전’ 때문에 지난 18일에야 구성됐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지각’ 기록이다. 세법 개정안은 ‘예산 부수 법안’으로 예산안과 함께 내달 2일까지가 법정 처리 시한인데 여야 대치 정국에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 완화는 민주당에서 과거 공약한 사안이었고 법인세·금투세 완화 등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수준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만한데도 정치적 셈법에 따라 무조건 반대하는 것으로 비친다”며 “국회에서 소모적인 논의를 중단하고 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정과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