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귀신' 정진석 "월드컵 16강 진출땐 밤빵 돌리겠다" [정치언박싱]

중앙일보

입력 2022.11.19 05:00

수정 2022.12.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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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해드립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를 통해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의 전형이다. 부친 고(故) 정석모 전 의원에 이어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23년 정치 인생 동안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 부의장, 원내대표, 국회 운영위원장, 국회 사무총장 등 국회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정부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맡았고, 올해 7월부터는 한·일 의원연맹 회장을 맡아 살얼음이 낀 한·일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한 15년까지 더하면 62년의 삶 중 절반을 훌쩍 넘는 시간을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에서 보냈으니 스스로 “여의도 귀신”이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그는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와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던 지난 9월 8일 비대위원장으로 구원 등판했다. 이 전 대표가 잇따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행로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취임한 그는 당을 안정시키고 여권의 혼돈을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잠재적 차기 국민의힘 대표로도 거론됐던 그는 지난 15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취재진과 만나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이 좀 어색하지 않느냐”며 “당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고 불출마를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묻는 질문에 “의회주의자로서 의회주의 본령을 회복하기 위해서 부단하게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국회직은 국회의장 빼고 다 했다”는 말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발언이었다.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그는 취재진이 특별 공수한 공주 밤빵 먹방을 선보이며 한국 축구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국회의원들에게 밤빵을 쏘겠다고 약속했다. “겉은 딱딱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운 정치인”, ‘겉딱속부’ 공주 밤 같은 그의 말을 직접 들어봤다.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나.
“평소 나는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다. 차기 전당대회 당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 (2024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기초 체력을 단단히 다지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당권에 대한 꿈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텐데,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이 어색하지 않나. 나는 명분론자다. 당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으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내가 여의도 귀신인데 국회직만 하더라도 국회의장 빼고 다 했다. 역대 헌정사에 나만큼 국회직을 많이 수행한 정치인이 없다. 기자 생활할 때도 대부분의 시간을 여의도에서 보냈으니까 국회라는 곳, 여의도라는 곳이 내 평생 일터가 돼버렸다. 의회주의자로서 의회주의 본령을 회복하기 위해서 부단하게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자가 오랜 기간 내조를 해서 힘들 것 같다.
“집사람 얘기하면 눈물 나온다.”
 
아들뻘인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한 적도 있어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다 잊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우리 당의 훌륭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맞이하고 있는 이 시간에 성찰도 하고 또 반성할 거 반성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자기 발전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유익한 시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나.
“카타르가 덥다. 지금 겨울인데도 30도가 넘어간다. 날씨 때문에 걱정인데, 충분히 16강 안착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강인·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월드컵 16강 진출하면 공약 없나. 국회의원들에게 밤빵을 돌린다든가.
“16강 가면 공주 밤빵, 부여 밤빵, 청양 밤빵 돌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