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 1만원 쓰면 7900원은 필수생계비

중앙일보

입력 2022.1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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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이 느는 것보다 지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해서가 아니라 물가가 크게 올라서다. 그런 만큼 가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득 하위 20%는 생존을 위한 필수생계비 비중이 80%에 육박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6.2%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소비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소비수준은 사실상 그대로인데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만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472만9000원)보다 14만원(3%) 늘었다.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6.2%)가 더 가팔랐다. 소득 증가율에서 물가로 인한 요인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실질소득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3분기 기준으로 2017년(-1.8%) 이후 5년 만이다.
 
가계는 먹거리 소비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5.4% 줄었다. 물가 요인을 제거하고 실질지출로만 보면 12.4% 감소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상조세·사회보험료·이자비용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10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이 100만원을 넘은 건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즉 월평균 소득이 486만원이라 해도, 처분가능소득(월평균 소득-비소비지출)은 385만원에 그쳤다. 특히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9% 증가해 10만4000원에 달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 동향과장은 “최근 금리 인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엔 생계위험으로 닥치고 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식비·주거비·교통비를 합친 필수생계비가 전체 가처분소득의 79%를 차지하면서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분기 기준 90만2000원으로, 이 중 71만3000원을 필수생계비로 지출했다. 주로 병원비인 보건 지출까지 더하면 지출 비중이 97.1%에 달한다.
 
1분위와 소득 상위 20%(5분위)의 격차는 벌어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75배로, 지난해 3분기(5.34배)보다 커졌다.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엔 국민 88%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국민지원금이 지급됐다. 올해 지원금이 사라지자 소득 상·하위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