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덮인 산, 말고기 순대…눈길 닿는 곳마다 신세계

중앙일보

입력 2022.11.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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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텐산산맥은 수려한 산세와 함께 일 년 내내 만년설을 볼 수 있어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린다. 케이블카로 해발 3500m까지 오를 수 있고 트레킹 코스도 다양하다. 박형수 기자

지난달 23~30일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비행기로 6시간 거리인 ‘가까운’ 나라였지만, 마주치는 풍경은 온통 낯설고 신비했다. ‘아시아의 알프스’ ‘중앙아시아의 베네치아’ 같은 수식어가 괜한 게 아니었다. 텐산(天山)산맥의 비경, 실크로드 도시의 유적, 유목민의 흔적이 서린 음식 문화가 이채로웠다. 세계에서 면적이 9번째로 넓은 나라답게 가는 곳마다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텐산산맥이 감싼 옛 수도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는 텐산산맥에 둘러싸인 분지 도시다. 시내 어디서든 고개만 들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보인다. 텐산산맥의 별명은 ‘아시아의 알프스’다. 동서로 2000㎞ 펼쳐진 산맥은 중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에 닿아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본 풍광이 가장 빼어나다고 알려졌다. 장대한 빙하지형과 만년설, 목초지가 어우러져 있어서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면 텐산산맥의 관문 침블락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3500m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다. 완만한 산행 코스여서 걸어 올라도 된다. 천천히 걷다 보면 탄성을 자아내는 비경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만년설 녹아 흐르는 계곡물 소리, 한가로이 풀 뜯는 말 떼를 만나면 마냥 평화롭다.


산이 싫다면 알마티 도심만 걸어도 좋다. 구소련 시대의 건축물이 남아 있어 유럽의 구시가지 느낌이 난다. 판필로프 공원은 도심 산책의 필수 코스다. 18만㎡ 면적에 나무가 우거져 숨이 탁 트인다.
 
제2의 메카, 투르키스탄
 

‘야사위 영묘’. [사진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알마티에서 비행기와 차량으로 3~4시간 이동하면 ‘제2의 메카’로 불리는 남부 도시 투르키스탄에 도착한다. 투르키스탄은 중앙아시아 무슬림의 정신적 고향이다. 대표 관광지는 ‘야사위의 영묘’다. 이슬람 수피교의 종파인 ‘야사위야’의 창시자 아흐메드 야사위(1103~66)가 투르키스탄 출신이다.
 

고대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 모습을 재현한 케루엔 사라이. ‘중앙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사진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무슬림은 일생에 한 번 이상 메카 성지순례의 의무가 있다. 야사위 영묘에 3회 방문하면 메카 1회 순례로 인정해줄 정도로 신성한 곳이다. 200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영묘 근처에는 ‘케루엔 사라이’라는 복합 문화단지가 있다. 20만㎡ 규모의 모든 시설물이 수로로 이어져 있어 보트로 이동이 가능하다. ‘중앙아시아의 베네치아’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투르키스탄이 과거 그레이트 실크로드(카스피해~텐산북로)의 중심 도시였다는 걸 보여준다.
 
카자흐 국민 음식, 말고기
 

말고기 요리 ‘베시바르막’. [사진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카자흐스탄 음식에는 유목민 문화의 영향이 짙게 남아있다. 말고기 요리 ‘베시바르막’이 대표적이다. 넓은 접시에 만두피처럼 얇은 밀가루 반죽을 깐 뒤, 삶은 말고기를 순대처럼 썰어 올리고 양파를 곁들인다. 기름기가 없는 고기는 짭짤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식감이 두드러진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는 빵도 맛있다. 기름에 튀긴 달콤한 ‘바우르삭’,  전통 오븐 내부 벽에 부착해 석탄 열로 굽는 ‘쌈싸’, 군만두와 닮은 ‘체브레끼’가 한국인 입맛에 제격이다.
 
☞여행정보=에어아스타나·아시아나항공이 인천~알마티 직항편을 운항한다. 6~7시간 소요.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관련해 어떤 증명도 필요 없다. 기내를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화폐는 ‘텡게’를 쓴다. 1텡게 약 2.88원. 환전은 알마티공항에서 하는 게 좋다. 자세한 정보는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