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긴축완화, 너무 위험"…스톱앤고 악몽 경고한 달라라 전 회장

중앙일보

입력 2022.11.16 16:48

수정 2022.11.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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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달라라(왼쪽) 파트너스 그룹 이사회 의장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16일 세계경제연구원에서 열린 웨니바 포럼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찰스 달라라 파트너스 그룹 이사회 의장이 "섣부른 긴축 완화는 너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때이른 긴축 완화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키운 1970년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스톱앤고’(stop and go·물가와 경기 상황에 따른 정책 선회) 정책 실패를 재현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달라라 의장은 16일 ‘글로벌 복합 경제 위기 진단’을 주제로 세계경제연구원에서 열린 웨비나 포럼에서 “최근 고무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지표에도 인플레가 아직 강력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달라라 의장은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 국제금융협회(IIF) 회장,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JP모건 이사 등을 지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는 Fed가 다음달 13~14일(현지시간)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빅스텝)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7.7%)이 시장 전망치(7.9%)를 하회하는 등 물가 압력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그는 “(Fed가 12월에도)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를 올리면 시장에 매우 큰 충격이 올 텐데, 최근 글로벌 시장이 환율 압박을 받는 만큼 원치 않는 충격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70년대 스톱앤고 실패…“상기해야 할 시장의 역사”

그럼에도 달라라 의장은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빠른’ 긴축 기조 완화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속도 조절을 하더라도 긴축 기조 자체는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때 이른 긴축 완화가 오히려 인플레를 키운 선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40여년 전 Fed가 펼친 ‘스톱앤고’ 정책이다. Fed는 1970년대 초반 1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내 물가 상승 압력이 어느정도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기 반등을 위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낮췄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며 물가는 다시 급등했고, 미국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이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폴 볼커 전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리는 초고강도 긴축 정책을 펴며 간신히 물가를 잡았다. 
 
당시의 정책적 실패를 두고 달라라 의장은 “한 번쯤 상기해야 할 시장의 역사”라며 “이번엔 Fed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Fed가 최소한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플레는 고집이 세다”며 “Fed가 인플레 기대치를 먼저 조정한 뒤에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Fed는 물가상승률이 2%대에 들어갈 때까지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미국 경기침체 불가피…“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내년도 경제 전망에 대해 그는 “유럽의 경기침체 확률이 조금 더 높고, 미국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그는 “에너지 시장만으로도 유럽을 아주 약한 경기 침체로 밀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발트해 일대의 작은 국가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15%까지 갈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의 에너지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CNBC에 따르면 현재 천연가스 비축량으로 올해 겨울은 넘길 수 있지만, 내년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량 대부분이 이전에 수입한 러시아산 가스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며 내년엔 러시아산 수입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찰스 달라라 파트너스 그룹 이사회 의장

그는 미국도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가 있는 데다 에너지·원자재 시장 영향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를 겪을 듯하다”며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높은 부채율이나 초저금리·마이너스 금리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현실에 맞춰가면서 향후 몇 년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달러 현상, G7 협의로 환율 관리해야”

그는 “강달러 현상은 ‘인플레 압력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강달러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제조업 입장에서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이에 그는 환율 관리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당부했다. 강달러가 비단 한 나라의 정책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다. 그는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이 협의해야 한다”며 “공식적인 프레임워크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체계를 점검해서 환율을 관리할 수 있는 의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 통화정책 잘했지만…좀 더 개방됐으면”

한국 경제에 대해 달라라 의장은 “통화정책을 견조하게 전문적으로 잘해오고 있고, 부채관리나 코로나19 관리도 잘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활동 영역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한국이 투자 개방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좀 더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국가 경제가 좀 더 개방된 태도를 가진다면 더 빠르고 급속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