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중국 측의 공식 발표문에선 양 정상 간의 북핵 관련 논의 사항이 단 한 글자도 없었다. 다만 중국 입장에선 대만·인권·경제 문제 등 국익이 걸린 이슈를 놓고 미국과 논의를 이어가야만 하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배경엔 중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는 판단이 자리 잡았다. 앞서 미국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도발 국면에서 중국에게 대북 압박을 요구했고, 직후 북한은 한동안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중국에게 일종의 책임론을 제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군사도발은 미국과 풀어야 할 현안이 가득한 상황에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강대강' 대결국면을 조성해 놓고 7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를 포기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서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를 언급한 만큼 행동에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추가로 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서 언제든지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의 의중을 살피고 국제정세를 관망하면서 당분간 장고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일정 기간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이 지난 9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했던 '10월 말∼11월 초'가 지나갔다. 국정원은 지난 5월에도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끝났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정보당국이 올해 두 차례 북한 핵실험 오경보를 발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관련 정보는 미국의 정찰위성과 정찰기, 무인기로부터 주로 얻는데, 이들 미국의 정보 자산은 임박 징후를 포착하지 않는 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북한 핵실험장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평소 주요 초점을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맞춰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보당국의 의도한 전술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미 정보당국은 올해 대북 정보를 그대로 밝히는 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보당국이 미국과 공조해 북한의 동향을 낱낱이 살피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고도의 심리적 억제(Psychological Deterrence) 전략"이라며 "실제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해왔다"며 "다만 9월 28일 국회 정보위에서 7차 핵실험 시기를 확률이나 실제 가능성을 담은 의미에서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제 정세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