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 대학 곤충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외부 변수를 통제한 실험실 환경에서 자란 벌의 수명이 1970년대보다 짧아진 현상을 관찰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1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꿀벌의 수명이 줄어드는 건 꿀벌의 개체 수와 꿀 생산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꿀벌의 수명이 절반으로 단축된 것이 양봉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약 33%의 손실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4년간 양봉업계가 매년 30~40%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보고와 매우 유사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올봄 꿀벌 78억 마리 ‘집단 실종’
국내에서도 올해 봄에 수많은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한꺼번에 자취를 감추는 현상이 발생했다. 꿀벌이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집(벌통)으로 돌아오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의 월동 봉군(벌무리) 약 39만 통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한 통에 평균 2만 마리씩, 총 78억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도 월동 기간을 앞두고 벌통이 비는 꿀벌 실종 현상이 일부 양봉 농가에서 관찰되고 있다.
꿀벌 실종이 인류에게 치명적인 이유
꿀벌의 수명이 줄어드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국과 다른 나라 꿀벌의 수명 추세를 비교하는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전적 요인 등 수명이 줄어드는 원인을 규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앤서니 니어맨은 “우리는 꿀벌을 성체가 되기 전인 번데기 상태일 때 벌집에서 분리해 실험실에서 사육한 만큼 꿀벌의 수명을 단축하는 것은 그 시점 이전에 일어나고 있다”며 “만약 유전자가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이 맞는다면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더 장수할 수 있는 꿀벌 종을 개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