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틱톡 할아버지' 인기
‘산시 라오치아오’는 은퇴 후 음식점을 창업할 정도로 요리를 사랑했다. 그는 자신의 요리로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친구들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아들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이런 인기는 ‘산시 라오치아오’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실버세대’ 숏폼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快手)’에서 노래하는 농부로 큰 인기를 얻은 ‘번량 아저씨(本亮大叔)’, 멋지게 늙는 법을 알려주는 할머니 그룹 ‘글램마 베이징(時尙奶奶)’, 65세 목공장인 ‘아무 할아버지(阿木爺爺)’까지, 모두 적게는 10만 팔로워부터 많게는 10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 영상이 10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SNS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한다.
실버세대 노리는 中 숏폼 플랫폼
콰이서우는 건강, 광장 댄스, 서예, 민속 악기 등 실버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작년 9월에는 중 노년층 유저들이 더욱 편리하게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큰 글씨 버전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실버경제
현재 중국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정년퇴직 러시’를 겪고 있다. 2021년 중국 국민의 평균 예상수명이 78.2세까지 늘어났고, 중국 현행법상 정년퇴직 연령이 만 60세인 것을 고려했을 때, 중국인들은 약 18년의 노후생활을 보내게 된다.
최근 중국에서 노년층은 ‘뉴 실버세대’라고 불린다. 이들은 과거의 노년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기 계발을 하고 취미를 즐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은퇴 후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뉴 실버세대'는 소비 잠재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이런 그들을 대표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이다. 중국 인터넷 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제49차 '중국 인터넷 발전 상황 통계 보고’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노년층 인터넷 사용자는 1억 1900만 명이며 인터넷 보급률은 43.2%에 달한다. 특히 이들이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틱톡, 콰이서우 등 숏폼 동영상 플랫폼이 ‘실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인 인구를 위한 문화 콘텐츠 자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숏폼 플랫폼뿐만 아니라 콘텐츠 업계 전체가 ‘실버세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 실버세대’의 특징과 소비 방식을 파악해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국 콘텐츠 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륙을 접수한 K-실버 콘텐츠
최근 몇 년간 중국 방송계에서 우리나라 실버 콘텐츠가 활약하고 있다. 2016년에 방영한 tvN의 실버 소재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중국 최대 리뷰 전문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평점 9.5점을 받으며 중국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17년에는 한한령 기간임에도 리메이크 판권이 판매되어 중국 후난위성TV에서 '친애적타문(親愛的他們)'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디어 마이 프렌즈'와 '주문을 잊은 음식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익성이다. 두 콘텐츠 모두 실버세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하여 시청자들이 노년층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방송 영상 콘텐츠의 긍정적 영향력인 ‘정능량(正能量)’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에서 방송 영역은 유독 정부의 검열과 규제가 엄격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실버 콘텐츠 IP는 공익성과 선한 영향력을 무기로 중국에서의 제작과 방영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실버 콘텐츠가 앞으로 한중 양국 간 콘텐츠 제휴 성사를 더욱 활발하게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박고운 에디터